김동원 <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 에너지는 우리 일상생활과 국가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라크 전쟁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도 석유확보라고 한다.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말 배럴당 25달러선이던 국제 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가 전쟁 발발 직전 32달러까지 상승한 뒤 조기 종전 기대로 지난 26일에는 23달러대로 급락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4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유가는 전쟁 상황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할 것이며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당분간 고유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크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50% 정도를 전량 수입하는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고유가로 인한 원유 수입대금의 증가이다. 지난해 총에너지 수입액은 3백17억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입액 중 20.8%를 차지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10%만 줄이면 3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가져다 준다.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는 인류의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풍요로운 삶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CO₂)가 지구 온난화라는 환경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 발효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근본적으로 온실가스의 83%를 배출하고 있는 에너지를 가급적 적게 소비하는 사회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고유가 시대와 국제적인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산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에서 정보화 및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전환,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바꿔 나가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대한 자발적 협약(VA) 사업과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육성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현재 2% 안팎의 대체 에너지 보급률을 2011년까지 5%선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비축유와 유가완충자금 확충을 통해 에너지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에너지 자주개발 비율을 2011년까지 석유의 경우 10%,가스는 20%로 높이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성패 여부는 에너지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가정과 기업의 동참과 실천 의지가 없으면 정부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가정에서는 조명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꾸고 가전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 효율등급을 확인하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 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업도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생산 기자재 개발과 활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라크 전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려운 시기마다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70년대 두 번의 에너지 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정책이 한단계 발전했듯이 이번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에너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에너지 절약에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