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금융 및 상품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뉴욕증시와 달러화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장기전과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국제유가와 금값도 가파른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 증시 = 27일 뉴욕증시는 이라크전이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지고 이에 따라 전쟁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이틀째 하락세를 기록,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중 8천2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5% 하락한 8,201.45로 마감됐으며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0.23%와 0.16% 내렸다. 통상 뉴욕증시와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유럽증시도 이날 항공 및 보험주의 주도로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으나 최근 가장 급격한 등락을 보이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 지수는 다시 0.18% 반등했다. 이밖에 아시아에서는 이날 일본증시가 이틀째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한국증시는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28일 오전에는 뉴욕증시의 영향으로 양 증시가 일제히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 외환.채권시장 = 미국 달러화는 장기전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경제지표, 미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기피 전망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ABN암로 증권의 크레그 앤더슨 외환전략가는 "시장이 미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한다면 달러화는 매도공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전쟁이 2개월간 지속된다면 달러화는 유로당 1.1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시장의 경우 증시와 달러화 약세로 인해 안전한 투자대상을 찾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10년만기 미국 국채가격이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 달러화와 상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 유가.금값 = 뉴욕에서 거래되는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이날 이라크전과 나이지리아의 내전으로 인한 공급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무려 6.1%나 급등한 30.37달러에 정규장을 마쳐 3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으며 시간외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지난주말까지 8일째 하락세를 이어간 WTI선물가는 이번주 들어서만 10%이상 올라 고유가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국제 금값도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장중 급등락을 반복한뒤 결국 소폭의 하락세를 기록, 하루만에 다시 온스당 330달러 선을 밑도는 등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바트리고 있다. ▲ 금융시장 충격 불가피 =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이 단기적이고 효율적인 전쟁 시나리오를 선호하지만 이라크전이 끝나더라도 시장의 신뢰에 타격이 가해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쟁후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계속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도 불확실성과 함께 테러 위협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과 세계경제 회복에 계속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