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鎭愛 <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 건교부는 절대로 칭찬 받는 부서는 못될 운명인가? 관장 사안 중 별로 곱게 보이는 것이 없다. 고속전철 고속도로 경인운하 댐 같은 국책사업은 곳곳의 민원 반대에 부딪치고,주택가격 앙등 사태만 생기면 정책 부재라 두들겨 맞고,대구 지하철 같은 안전사고에는 전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한때 찬사를 받던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서도 별로 내놓을 것이 없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친(親)환경·반(反)개발 시대이기 때문에 환경부가 뜨는 부처이고,건교부는 지는 부처인가. 실상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데 있다. 한정된 국토를 생산적으로 운용하고,물자와 사람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날로 복합적이 되어가는 시설 인벤토리를 관리하는 과제들은 오히려 지난 건설시대보다 더 막중한 도전을 던져준다. 건교부는 중심을 튼튼히 세울 때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건교부의 역할은 왜소해진 듯 싶다. 정치 지분 나눠먹기 부처가 되어서였던지 잦은 교체는 물론 장관의 활동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거니와,그린벨트 해제 같은 선거 공약의 뒷수습에 에너지를 쏟고,외환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내수 진작 요구에 밀려 사후 대비 미흡한 규제 완화만 쏟아져 나왔을 뿐이다. 정책보다는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고,원칙이 보이지 않는 대책이었고,도대체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다 내놓는 신도시개발,국책사업들,제도개선 사안들은 이해 관계에 따라 두들겨 맞기 일쑤이고,설득할 만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설득의 신뢰가 쌓이지도 못했다. 이번 참여정부에서는 건교부가 제대로 서리라 기대해 본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개혁드라이브가 강한 정부이니 만큼 제자리를 세울 계제다. 설마 대통령에게 잘 보일 구상만 내놓는 건교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런데 이미 조짐은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바,'신국토 관리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건교부의 방침에는 공약적인 구호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국을 8개 산업권역으로 나누어 '행정수도 경제수도 문화수도 해양수도 휴양수도 물류수도 과학수도'등으로 키우겠다는 기본방침도 그런 예 중의 하나다. '수도(首都)'라는 패권 지향적인 어휘를 쓰는 것부터가 그리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적 구호로서는 근사하게 들리지만,정책적 목표로서는 지나치게 선명해서 오히려 짜맞춘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념적 목표에 근거한 연역적인 국토계획보다는 오히려 시장과 현장의 자원 여건에서 출발한 귀납적인 국토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국토계획에서의 5년이란 아주 짧은 기간이다. 우리 국토는 작다. 산업에서의 추세는 복합화이고 네트워크화다. 또 각 도시들,각 지역은 삶의 질과 경쟁력에서 복합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선명한 차별화보다 복합화 전략이 오히려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며,관건은 각 지역간 원활한 네트워킹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분권'이 핵심적인 국정 목표로 등장할 참여정부시대에 행정자치부나 청와대의 신설 위원회에서의 정책 드라이브가 강한 반면,건교부는 또 다시 도구적인 역할에만 머물 위험도 적지 않다. 지난 개발과속시대에 경제개발의 도구적 역할에 주로 머물렀던 것처럼 말이다. 소극적인 도구적 역할에서 벗어나 건교부 본연의 역할에 대한 적극성이 요구되는 때이다. 건교부는 특히 다음 네가지 원칙을 끈기 있게 추진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첫째,안전 관리에 대한 원칙 둘째,지방자치단체와 이해집단 사이의 분쟁 조정에 대한 원칙 셋째,개발 환경 관리에 대한 원칙 넷째,부정부패와 부실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원칙이다. 문제가 생기고 위기상황이 발발하면 여론에서 온갖 비판을 받아도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정치권에서도 립서비스로서만 지적 받는 과제들이다. 그러나 튼튼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 인프라들이다. 참여정부시대에는,건교부가 설령 찬사까지 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할 일을 끈기 있게 하면서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건교부는 근본적으로 '실천 가능한 비전'을 건설적으로 실천하는 데 그 본연의 역할이 있다.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