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5일째로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자제품 자동차 직물 등 중동지역 주요 수출품목은 신규 주문이 끊기고 현지 거래선들의 선적보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바이어들도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운 항공 등 국제 운송요금과 전쟁보험료도 동반 상승해 수출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 수출차질액 6천만달러 육박 =한국무역협회는 24일까지 이라크전에 따른 수출 차질이 4백6건, 5천6백69만8천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내역은 △수출 상담 중단이 2백6건, 4천43만달러 △선적 및 하역 중단 1백13건, 1천2백9만1천달러 △수출대금 회수지연 73건, 3백36만8천달러 등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의 경우 개전 후 한 달 동안 수출차질액이 1억5천만달러를 기록했었다. 김극수 무역협회 동향분석팀장은 "전쟁이 6주 안에 끝나면 수출차질액은 3억∼4억달러에 그치겠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면 15억∼1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바이어들 방한 취소 잇따라 =한.미 재계회의 미국측 신임 위원장인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이 25∼27일 한국을 방문하려다 전쟁여파를 우려해 일정을 취소했다. 캐나다의 티소옵티컬 등 2개 기업도 한국제품과 부품 구매를 위해 이달 말 방한키로 했으나 이를 취소했다. KOTRA 관계자는 "5월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구매상담회와 전시회에 참가하는 해외바이어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방한일정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서울시내 특급호텔 투숙률은 평소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 업종별 피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항공사와 여행사. 전쟁에다 동남아 괴질까지 겹쳐 예약률과 탑승률이 뚝 떨어졌다. 여행사도 무더기 관광 취소사태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탑승률이 평균 70%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포인트 정도 낮아졌고 국제선 예약률도 16%포인트 떨어진 74%에 그치고 있다. 주 2회 운항하던 중동노선은 아예 철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을 제외한 전구간 탑승률이 60%대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저조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일부 품목의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컬러모니터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으나 최근 이라크 이스라엘 카타르 쿠웨이트 등지로의 수출이 끊긴 상태다. LG전자도 쿠웨이트 이란지역 항구 이용이 어려워져 중동지역 수출 물량이 전쟁 전보다 5% 정도 줄었다. 자동차 업계도 작년 7만7천대에 달했던 중동지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대한 중고차 수출이 완전히 막혀 중고차 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현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경우 쿠웨이트로 수출하는 차량 2백40대(2백90만달러)가 선적 지연으로 발이 묶인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주문이 끊긴 사례는 없지만 전쟁이 4개월 이상 지속되면 내수 17만대, 수출 10만대 등 모두 27만대의 판매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수출비중이 높은 섬유업계도 피해가 크다. 최근 중동으로의 섬유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7.8% 가량 줄었으며 특히 직물은 13.7%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원유 확보에는 문제가 없으나 보험료와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데 따른 수송비 증가로 타격을 입고 있다.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으로 통신기기를 수출하는 분당 C사의 경우 이번 전쟁으로 4백만달러의 수출 계약건을 기약없이 미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