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이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날 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과 인접한 중남미 대륙은 향후 2년간에 걸쳐 이 때문에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한마디로 이는 중남미가 미국의 관심 밖 소외 지역으로 전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발행되는 영문 일간 마이애미 헤럴드의 중남미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기자가 이 같이 진단했다. 그는 고정 칼럼 `오펜하이머 리포트' 최신 기사에서 이라크전이 중남미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하면서,`이렇게 저렇게' 이번 전쟁으로 중남미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번주 초 카터센터와 중남미국 관료들, 10명의 전직 중남미 대통령 등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라틴 아메리카 포럼이 있다. 여기서도 중남미가 이번 전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오펜하이머 기자는 지적했다. 이 포럼에서 나온 분석을 토대로 오펜하이머 기자가 든 첫번째 이유는 미국의부시 행정부가 전쟁이 끝나도 당분간, 그것도 남은 임기의 대부분을 걸프지역에 관심을 집중한다는데서 비롯한다. 즉,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사태 이전에 추진했던야심찬 `중남미 아젠다'가 전쟁에 따르는 제반 문제로 거의 `망각의 늪'에 빠져들것이라는 것. 포럼에 참석한 카를로스 메사 전 볼리비아 부통령은 "전쟁은 우리를 더욱 변방지역으로 몰고 갈 것이 틀림 없다. 우리가 전쟁 이전에 미국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덜 중요했다고 한다면, 전쟁이 터진 지금부터 계속해서 우리는 더욱 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한달내에 권력에서 축출될 지라도, 미국은 전후의 이라크복구에 나서야만 하고 이는 최소한 6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 강행에 따른 외교적 손상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내년 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동 평화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중남미를 `눈밖에 나게 할' 요인이다. 이 때쯤 미국 전역은 `2004년 대선' 정국에 완전히 함몰하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 외교정책은 연기될 수 있다. 이는 곧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중남미 아젠다'를 `부활'시켜 다시 추진하지 못할 지도모른다는 우려를 낳는다. 미국은 2005년까지 자유무역지대의 확장. 민주국가 지원책등 중남미와 현안을 갖고 있다고 오펜하이머 기자는 지적한다. 두번째 이유는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 경제불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에 따른 경제적 문제와 관련된다. 경제악화는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경제를 강타한다. 멕시코, 에콰도로 같은 석유 수출국들은 석유가의 단기간 상승으로 다소 이득을 볼 지는 몰라도, 더 크게는 세계경제 불황으로 석유 소비의 감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펜하이머 보고서는 근거를 제시한다. 세번째 이유는, 이번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중남미간 외교관게를 긴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다. 이미 콜롬비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남미 강국들은 전쟁에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주 초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멕시코와 칠레가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데 적잖이 실망했다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미 미국의 대외정책 대변화를 추측하는 전망이 나온다. 즉, 멕시코와 캐나다의 전쟁 반대에 부딪치며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낸 부시 대통령이 캐나다-미국-멕시코 파트너십 강화라는 당초 계획을 포기할 수도 있다. 대신 이번에 맹방으로 확인된미국-영국-스페인 파트너십을 새로이 구성해 이를 이번 전쟁에 찬성하며 미국 의존적인 동유럽 국가들로 확대할 수 있다고 관측통은 추측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