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연구원은 "북한은 방어차원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이라크는 공격용으로 개발하고 있어 미국이 무력으로 무장해제를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폴락 연구원은 민주당에 비교적 가까운 브루킹스에 몸담고 있는 만큼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대변하진 않지만 이라크 전쟁에 관해서는 견해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국가가 많은데. "두가지 면에서 공격이 불가피하다. 첫째는 이라크 국민들의 인권 침해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포악한 독재자다. 인권탄압 차원에서 보면 소련의 스탈린이나 독일의 히틀러와 똑같다고 본다. 탄압으로 죽은 이라크 국민들이 1백만명을 넘는다. 이같은 인권탄압을 방관할 수 없다. 미국이 코소보나 보스니아전쟁에 개입한 것도 인권탄압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의 경우에도 인권차원에서 보면 미국의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다. 두번째는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다. 이라크는 공격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인도나 영국의 핵무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라크는 다르다. 그들은 대량살상무기로 중동지역의 슈퍼파워를 노리고 있다." -북한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다른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동기를 방어용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적당한 수준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그 자체로 위협을 줄 수 있고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라크는 북한과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위험을 택하려 하며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그렇게 위협적인데 미국이 프랑스 등 다른 나라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9·11테러와 이라크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할 만한 분명한 고리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알 카에다 테러조직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의 위협을 다른 나라에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몇가지 실수도 저질렀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 프랑스 등을 가리켜 '낡은 유럽'이라고 말한 것이나 미국 정부가 환경관련 국제협약인 교토협약탈퇴를 선언한 것 등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지금까지 이라크에 써온 봉쇄(Containment) 전략은 왜 실패했는가. "이라크 정부가 숨겨온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낼 수도 없었고 프랑스 독일 등이 이 전략을 적극 지지하지 않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뿐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 전복이나 후세인 대통령 암살같은 전략을 다 강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무력으로 무장해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라크군의 저항은 어떻게 예상하나. "이라크 정규군의 도덕은 많이 떨어져 있다. 현 체제에 만족하지 않은 군인들이 많다. 그렇다고 쉽게 무너져 미군이 편안하게 걸어 들어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목숨을 던져 저항하는 수비대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잘 훈련되지 않은 군인들이다." -후세인 대통령이 빈 라덴처럼 어디론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 "후세인은 빈 라덴과 다르다. 빈 라덴은 추종자들에게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국제테러조직으로 효과적으로 거느리는 능력이 있다. 후세인은 그렇지 못하다. 후세인의 영향력은 이라크내로 한정돼 있다. 그가 만일 시리아 등으로 도망가면 그 자체로 추가적인 위협요인이 되지 못한다. 부시 대통령에겐 괴롭겠지만 큰 문제가 안된다."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로 저항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 "이라크는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다만 최후의 순간까지 쓰지 않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그 무기의 파괴력이 우려했던 것보다 적은 것으로 판명날 경우 후세인은 낭패를 보게 된다. 생화학 무기를 동원하는 순간 이라크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는 것이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