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만 와히드(63) 인도네시아 전대통령은 20일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누렸던 세계의 존경을, 유엔은 국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위를 각각 잃게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방한한 와히드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은 이라크 공습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간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이번 전쟁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조건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국제법상으로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있을 인도네시아 대선출마를 위해 매일 전국을 돌면서 연설할 정도로 건강하다는 그는 "전쟁이 조기 종결되길 바라고,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를 방문해 평화적인 국가재건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전쟁은 실패한 협상의 연속이지만 협상은 전쟁 억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미국과 매우 특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대를 확인하는 수준의 파병이라면 괜찮겠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따른다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를 15년간 이끌어 온 종교지도자로, 지난 99년 10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1년 7월 금융부패 스캔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는 21일 건국대에서 학위를 받고 23일 인도네시아로 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