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시골촌닭'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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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 크고,술도 좀 마셔야 되고,처갓집에도 잘 해야 하고…"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말투가 화제다.
자신을 '시골 촌닭'에 비유하며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간간이 선뵈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신선감을 주고 있다.
취재진 앞에서도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시원시원하게 발표한다.
때문에 딱딱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기 쉬운 청와대에 '활력소'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 평가다.
14일에도 '팔방미인형' 금융감독위원장감을 찾는데 따른 고충을 멋진 신랑감에 빗대 이같이 표현했다.
이런 정 보좌관이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선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정 보좌관은 이날 금감위원장 인사와 관련,"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보장'이라는 표현을 안했다.
임기를 존중한다고 했다"며 '임기보장'과 '임기존중'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근영 전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임기는 존중된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임기가 있는 분들에게 사표를 내라 마라 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론을 통해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계속 흘렸다.
"모양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자진사퇴를 기대한다" 등등.
지난 7일 과천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장에선 이 전 위원장에게 대놓고 조기사퇴를 종용했다.
"금감위원장은 매우 중요한 자리가 아니냐.현직 위원장 신분으로 특검에 불려나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잘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몇가지 정돈해야 될 일이 남아 있다"며 사퇴를 미루다 13일 여·야·정 민생경제대책협의회 참석을 끝으로 사표를 냈다.
노무현정부는 인사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미국식 모델을 본뜬 인사보좌관 직책을 신설했고,정 보좌관은 이날 인사추천위원회 등 새로운 인사시스템 운용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 사퇴과정에서 보여준 정 보좌관의 행보는 '귤화위지'(橘化爲枳,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