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13일 전격적으로 연임 포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측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신 관치인사'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61%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를 포함,유 회장의 연임 지지의사를 밝힌 기관투자가들의 선택권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1993년과 98년에 이어 다시 정권교체와 함께 대표가 바뀌는 전통이 유지되게 됐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연임 포기 배경 유 회장 스스로의 결심이라는 것이 포스코의 '공식 입장'이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회사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결국 주총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기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심판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온 유 회장이 돌연 입장을 번복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유 회장은 이날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시대의 논리'에 순응하는 것이 포스코의 경영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정부측으로부터 청산 대상으로 몰린 유 회장으로서는 자진사퇴가 내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사회에서 유 회장을 이사후보로 재추천하자마자 기업은행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나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포스코의 회장제도를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발언한 것 등이 유 회장 용퇴를 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안들이다. ◆향후 경영체제는 서열에 따른 내부승진을 중시하는 포스코 전통에 따라 이구택 사장(사진)이 대표이사 회장을,강창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이같은 인사안을 14일 주총후 열리는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제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지만 포스코 대표이사는 포스코 외에도 13개 계열사를 포함,자산규모 국내 7위의 대기업집단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회장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 유상부 회장 사퇴 관련 일지 ] △2월7일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포스코 회장직 '옥상옥' 발언 △14일 노무현 대통령,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 지배구조 문제 지적 △18일 포스코,이사회 열어 유 회장 상임이사로 추천 결의 △19일 기업은행 등 일부 기관투자가 유회장 연임반대 의사표명 △25일 참여연대,유 회장 연임 부적절,정부 및 정치권 개입 비판 △26일 유 회장,철강협회장 연임 △3월10일 기관투자가 의결권 공시마감,대부분 유 회장 연임 찬성 △13일 유 회장,연임 포기 발표 △14일 정기주총 및 이사회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