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한국 숨은 주역] (기고) "될성부른 기업 집중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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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덕영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
'오전 9시에 떠나 인천으로 향하는데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뢰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1899년 9월19일자 독립신문에 실렸던 경인철도 개통식 기사 가운데 일부다.
바퀴 소리는 우레와도 같고, 내뿜는 연기는 하늘에 솟도록 기운찼다고 설명했다.
당시 열차의 속도는 시간당 10km였다.
그로부터 1세기를 훌쩍 넘긴 지난달 27일.
충북 오송의 고속철도 중부사무소에서는 한국형 고속전철 시제차량의 시험운행이 있었다.
상용화에 앞서 서울~오송간 57.2km 구간을 시험운행한 한국형 고속전철의 최고속도는 3백50km다.
이날 시험운행 목표는 2백60km였다.
CCTV 화면의 숫자가 2백63에 가서 멎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전철은 최고속도 1백40km를 내는 새마을호보다 조용했다.
산.학.연 70여개 기관이 한국형 고속전철 개발에 뛰어들었던 6년 전만 하더라도 사업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같은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한국형 고속전철은 앞으로 세계 고속철도 건설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게 됐다.
하루에도 20여종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변화의 균열 속으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이제는 국가의 기술 정책도 이같은 변화속도를 미리 예측하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서부터 기획돼야 한다.
중소기업육성책의 무게 중심이 '기술혁신형기업(이노비즈:INNO-BIZ)'으로 옮아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매년 1천여개의 이노비즈를 선정, 최고 20억원의 금융자금을 대출해 주는 등 다양하고 강력한 지원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이노비즈 자금을 취급하는 은행도 5개에서 15개로 대폭 확대됐다.
제조업 및 소프트웨어 업체에 국한됐던 선정대상도 바이오 환경 서비스 업종으로까지 넓어졌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뜻에 걸맞게 이노비즈 선정 기준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맞춰져 있다.
현재의 규모나 완성도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 의욕이 높은 소규모 기업들에 유리하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이노비즈 기업 가운데 종업원 10인 이하 소기업이 상당수 포함됐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빌려줄 때도 얼마나 잘 갚을 것인지를 우선 검토했으나, 이제는 미래에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먼저 살핀다.
한마디로 떡잎을 보고 될성부른 나무를 가려내 집중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연구개발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의 이노비즈 정책에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노비즈 기업쪽으로 쏠리고 있다.
현재라는 토양에 뿌리내리기 급급했던 중소기업들로서는 모처럼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적기를 만난 셈이다.
한국형 고속전철 개발의 예가 그렇듯 안정보다는 가능성에 중점을 둔 이노비즈 기업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볼 때다.
< dougjoo@kitech.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