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하룻동안 투신사에서 8조원 이상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등 환매(자금 인출) 사태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투신업계와 금융감독원은 법인들에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 기미는 없다. 환매사태 영향으로 시중 금리가 급등세로 돌아서자 SK글로벌 채권과 무관한 일반 펀드에까지 환매 요청이 들어오는 실정이다. 투신업계에서는 제2의 '대우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신협회는 이에 따라 13일 오전 투신사 사장단회의를 소집,대책 마련에 착수키로 했다. ◆투신사 유동성 위기=이날 각 투신사엔 평소보다 2∼3배 가량의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법인고객의 환매에 응하지 못한 투신사들이 적지 않았다. A투신사 임원은 "대형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유동성이 5천억∼6천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수천억원대의 환매 요청을 받은 중·소형 투신사들은 지급불능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일부 투신사가 돈을 내주지 못하자 SK글로벌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대형 투신사로 환매가 몰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B투신사 임원은 "이대로 가다간 모든 투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공멸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시급히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채권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MMF(머니마켓펀드) 등 채권형 펀드의 연쇄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인자금의 환매로 번질 듯=이틀간 벌어진 대량 환매는 대부분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MMF는 80% 이상,채권형 펀드는 70% 이상이 법인자금으로 이뤄져 있다. 대한투신 허연훈 영업지원부장은 "의사 결정이 빠른 법인 자금의 환매는 13일을 고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인에 이어 개인 고객이 연쇄환매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혼선 빚는 환매대책=금감원은 12일 오전부터 SK글로벌 채권이 편입된 펀드 환매에 대해선 부분 환매에 응하도록 투신사들에 권유하기 시작했다. 즉 SK글로벌 채권과 정상 채권을 분리해 정상 채권은 환매해주고 SK글로벌 채권은 추후 가격산정해 별도 정산하는 방식이다. 1999년 8월의 '대우채 환매제한 조치'와 똑같은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투신사들은 고객신뢰도 제고를 위해 전액 환매해주고 있어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