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월 금융위기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이라크전이 임박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을 치고 있지만,일본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주가가 지난 1년 동안에 30%나 폭락했으며,엊그제는 닛케이지수가 20년만에 처음으로 8천엔선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최고치에 비해 80%나 낮은 수준이다. 일본정부의 시장개입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기 지지선인 달러당 1백16엔선을 위협하고 있는 엔화가치 급등 또한 수출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꾀하고 있는 현행 정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정부에 대해 경제정책 목표를 구조개혁에서 디플레이션 극복으로 전환하고, △10조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실채권 처리 완화 △통화공급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을 요구하는 등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책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단행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데다,구조개혁에 대한 국제적 압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일본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때문에 일본정부는 주식·부동산값 하락과 엔화가치 강세를 막는 단기대응책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행(BOJ)은 지난해말부터 시행중인 시중은행 보유주식의 매입 한도를 2조엔에서 3조∼4조엔으로 대폭 늘리는 한편,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1조엔대의 엔화 매각을 계획중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미칠 일본 금융위기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국내은행들은 당장 이달말 결산을 앞둔 일본 은행들이 손실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제히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마땅하다. 5년전에도 일본은행들의 자금회수 사태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지금처럼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국가신용도마저 흔들리는 위기상황에선 그 파장을 결코 예사롭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국내은행들의 엔화 차입자금 규모와 차입조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차입기간 연장이 안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사태를 겪을 위험이 있는 은행에 대해선 긴급자금 공급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옳다. 미·이라크전과 북한 핵개발 사태로 인해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고 보면,일본의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계당국과 기업들은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