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테러리즘"이 뉴욕 증시를 5개월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뉴욕증시는 4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2차 결의안 통과와 관계없이 단독으로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면서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기에 지난 주말 북한 전투기가 동해 공해상에서 미군 정찰기에 접근했다는 미 국방부 발표와 필리핀의 대형 폭탄 테러발생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3가지 테러.전쟁관련 악재가 시장을 급위축시켰다. 이날 다우지수는 7,704.87로 전일보다 1.7% 급락했다. 중장기추세선의 저점으로 여겨졌던 지난해 10월 10일(7,533.95)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S&P500지수도 1.5% 떨어진 821.99를 나타냈고 나스닥은 1% 밀린 1,307.77로 간신히 1300선을 유지했다. 분석가들은 "향후 며칠 동안 증시가 다시 하락추세를 보일지,아니면 바닥을 치고 올라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로선 분위기가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날 월가에 나돈 '금리인하'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금리조정회의(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지 모른다는 얘기. 배럴당 37달러선에 육박한 고유가,지난 93년 이후 최저수준인 소비자신뢰지수,제조업경기의 부진 등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금리인하' 필요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CIBC월드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버리 센필드는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진 지금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리스크는 작은 반면 실익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방송인 CNN머니는 그러나 "이달중 금리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하는 등 실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의 얘기다. 결국 '금리인하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월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경기부진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주도하는 자동차업계의 매출이 급락하고 여기에 '자동차수요 감소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도이치뱅크증권의 전망이 덧붙여지면서 이날 GM과 포드자동차 주가가 4.5% 급락했다. 경기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아직 '전쟁 개시=불확실성 제거'라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어 전쟁이 실제 일어날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