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집권 국민민주당은 5일 카이로에서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항의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를 주도한다고 4일 발표했다. 시위대는 카이로 동부의 3개 지점에 모여 헬리오폴리스의 카이로 스타디움까지 가두 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국민민주당은 밝혔다. 시위대가 집결할 카이로 스타디움에서는 국민민주당 의장인 사프와트 엘-셰리프 공보장관이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관영 MENA통신이 전했다.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암살 이후 1981년부터 22년째 비상계엄이 시행되고 있는 이집트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대중시위가 일절 금지돼 있다. 더욱이 집권당이 대중 시위를 주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그동안 대학 교정과 이슬람 사원 내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시위를 묵인해왔다. 그러나 지난 달 27일 불법 정치단체인 무슬림형제단과 야당 연합세력 주도로 카이로 스타디움에서 14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라크 전쟁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시위는 대중집회 규모면에서도 30여년만에 최대였으며 지난해 여름 이라크 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후 정부가 허가한 최초의 대중시위였다. 이날 시위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후 가말 압델 나세르 당시 대통령이 패전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철회를 요구하며 벌인 대중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한편 관영 일간지 알-아흐람은 국민민주당이 주도하는 반전시위에 5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라크 위기 상황에서 줄타기 정책으로 일관해온 이집트정부는 최근 지식인들 사이에서 비판과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자 공공장소에서의 반전시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