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대외 불안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생산 서비스 설비투자 소비 등 각종 경기지표들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월중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 감소,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공장출하와 소비 등도 일제히 둔화돼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올해 5% 경제성장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로 경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 국내 경기 짓누르는 해외 악재


국내 경기가 단기간에 급격히 나빠진 원인은 무엇보다도 외부의 불안 탓이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위험이 장기화하면서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26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3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미.이라크전이 발발, 장기화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북한의 핵개발 파문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폭격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측의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싸늘해지고 있다.


이같은 경제 외적인 요인들 외에 세계경제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 일본의 구조조정 부진과 경기침체 등이 세계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한국의 수출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 급속히 얼어붙는 국내 경기


지난해 내수소비가 둔화됐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5% 이상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모든 부문에서 위축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1,2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까지 겹쳐 경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 1월중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4.4분기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9.4%에 달했던 것과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월중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하루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업 경기침체는 확연하다.


백화점 판매는 지난달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내수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서비스업도 지난해 12월 5.7% 증가에 그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수출은 정보통신(IT)제품 수출과 중국수요 증가로 올해 들어서도 20%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와 석유관련 제품의 수입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


서비스 수지 적자는 2001년 38억달러에서 지난해 75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해가 갈수록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 5% 성장도 쉽지 않을 듯


정부는 올해 5% 경제성장의 목표가 아직까지는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소비가 둔화되고 올들어 제조업마저 위축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상황을 '위기국면'이라고 단언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뛰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1.2%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 조짐이 뚜렷하다.


실업률도 지난 1월 3.5%로 높아져 고용안정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미국.이라크 전쟁의 시기와 영향, 북핵문제의 파장 등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부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홀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는 경기대책들도 경기를 상승국면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다만 경기하락 속도를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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