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과 유럽연합(EU)15개국 외무장관들은 3일 이라크 무장해제는 유엔이 1차적으로 맡아야 할 책임이라며 유엔안보리의 임무 수행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GCC-EU 외무장관 회의는 폐막 공동성명에서 또 이라크도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전쟁을 막아야 할 동등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지적했다. 공동성명은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침공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것으로 미국의 일방적 개전 의지에 또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동성명은 유엔이 "국제 질서의 중심"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유엔안보리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전폭적인 지지를 다짐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그러나 "이라크가 국제사회의 의지를 계속 우롱하고 마지막이 될 이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라크 정권에 있다"고 경고했다. 외무장관들은 또 유엔사찰단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며 유엔안보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원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이라크가 전면 협조하지 않는상황에서 사찰을 무기한 계속할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U 의장국인 그리스의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외무장관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 무장해제 요구를 전면 수용할 기회의 문이 아직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CC 외무장관들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최후의 노력으로 후세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야 한다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제안을 논의했으나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UAE는 57개 이슬람국가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5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의에서 후세인 퇴진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싶다는 입장이다.그러나주최국인 카타르는 이 문제가 의제에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걸프 및 유럽 외무장관들은 이밖에도 팔레스타인의 정치개혁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노력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지내 정착촌 확장에 대해서도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라고 경고했다. 회의에서는 또 두 블록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 등 경제 현안들도 논의됐다. 한편 이집트는 UAE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이 지지하고 있는 후세인 대통령 퇴진요구와 관련, 반대 의사를 간접 표명했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이집트 입장은 분명하다"면서"이집트와 걸프 아랍국가들은 서로의 입장을 대부분 조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매사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UAE의 제안이 지난 1일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공식거론되지 않았으며 5일 열리는 OIC 정상회의에서도 공식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