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이라크전쟁을 언제라도 감행할 듯한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결집력을 보이고 있는 이라크의 국내외 재야세력들이 미국으로부터 또다시 배신을 당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쿠르디스탄 중심도시 아르빌에서 25일부터 회담을 갖는 이라크 재야세력 대표들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 후 집권 바트당간부들의 협력을 받아 군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 격분하고있으며 쿠르드족은 자치지역 진입을 희망하는 터키군과의 충돌을 경고하고 있다. 쿠르드족 대표들은 미국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1991년 이라크 국민에게 봉기하도록 부추기고 막상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반정부 운동이 일어나자 철수해버려 대대적인 유혈 소탕전의 희생이 된 사실을 상기하면서 미국의 군정계획은 "재난유발계획"이라고 성토했다. 쿠르드족은 특히 터키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260억달러를 받는 한편 자국내 기지에서 이라크로 진입하는 미군과 함께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위협하고 쿠르드족 자치지역 통치에 엄격한정치적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데 분개하고 있다. 터키는 전쟁발발시 쿠르드족 난민의 자국 유입을 봉쇄하고 이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차단하는 한편 쿠르드족이 북부 유전 도시 키르쿠크와 모술을 점령하는 것을막기 위해 수만명의 군대를 이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이와 함께 쿠르드족 무장세력의 무장해제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르드족 대표들은 "우리는 260억달러에 팔렸다" "또다시 등에 칼을맞았다" 등 극렬한 표현을 사용해 가며 미국에게 이같은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쿠르드민주당(KDP)의 사미 압둘 라흐만은 터키의 군사 개입과 미국의 군정 수립은 광범위한 민중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후세인 정권보다 터키로부터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사담후세인은 수많은 우리 민족을 죽였고 앞으로도 죽일 수 있지만 터키의 점령은 우리의 희망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터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협상과정에서 `불길한' 조짐들이보이고 있다면서 "터키군이 진입하면 아랍국가들을 도발하게 될 것이며 혼란과 불안,저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무도 우리를 무장해제시킬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가정이 무기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에서 활동중인 시아파 반정부단체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회의'(SAIRI)의 한 간부는 미국의 군정 계획과 관련, "미국에 대한 지지는 시들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하고 싶은 대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무지한 나라가 아니다. 미군들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SAIRI 간부는 미국은 이라크의 시아파를 다룰 때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일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걸프전 이후 시아파가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한 수많은 사례를 열거하면서 "미국은 중동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국민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황금과 같은 기회를 이번에도 놓친다면 미국에게는 재난이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빌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