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무섭다. 뭔가 쓰려면 원고지가 있어야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컴퓨터가 없으면 쓸 엄두조차 안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이용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잠깐만 안돼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바빠도 하루 몇 번씩 전자우편을 확인해야 안심이 되고 따라서 인터넷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짜증난다고 털어놓는다. 국내 20ㆍ30대 직장인의 33%와 21.9%가 인터넷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른만 이런 게 아니다. 초등생의 5%,중·고생의 4.2%가 전문적 상담이 요구되는 인터넷 고위험사용자군, 초ㆍ중ㆍ고생의 17∼18%가 잠재적 위험사용자군에 속한다는 정보통신부의 발표는 국내 청소년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무심코 봐 넘길 상황이 아님을 전하고도 남는다. 청소년들의 경우 인터넷에 빠지면 성적이 떨어지는 건 물론 가족들과도 말을 안하고 게임아이템을 얻기 위해 해킹을 하는 등 현실세계의 도덕 감각을 잃고 범죄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한다. 정통부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과 함께 청소년 스스로 인터넷 중독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K척도'를 개발,보급한다는 소식이다. '인터넷을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사용시간을 줄이려고 해봤지만 실패했다'등 40가지에 대한 응답 정도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는 것이다. 어른도 그렇지만 청소년 역시 내성적이고 외로움을 잘타는 사람이 인터넷에 매달리는 수가 많다고 한다. 속을 터놓고 의논할 사람이 없을 때 인터넷게임이나 채팅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K척도가 있어도 이미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이 직접 자기 상태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고, 한다고 해도 혼자 대응책을 강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 싶으면 부모와 교사가 함께 나서서 진단하고 원인을 찾아 고쳐줘야 한다. 진단법 못지 않게 구체적인 치유책이 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터넷중독이 늘어나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부족해서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