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팀 = 미국-이라크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내각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과 이라크의 전력차가 현격한 만큼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전반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특히 LG와 SK 등 석유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유가동향에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원유수급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는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유가대책 =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SK는 이라크전 발발이 그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마련해 각 계열사에 내려보낸 단계별 시나리오는 ▲낙관적(40~60% 가능성) : 4~6주이내 전쟁 조기종결, 원유수급 타격없음 ▲중간(30~40%): 전쟁 6~12주 소요, 이라크의 원유공급시설 공격, 제한적 타격 ▲비관적(5~10%) :전쟁 3~6개월 소요, 이라크의 WMD사용, 중동유전 심각타격 등 3단계로 돼있다. SK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국제유가가 20-25달러 선으로 차츰 하락하겠지만 중기전일 경우에는 35달러 이상, 최악의 경우 5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내다봤다. SK는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현재 65% 수준인 원유 장기계약물량의 안정적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중동에서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아프리카와 북해, 남미, 아시아 지역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해 대체원유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함께 휴스턴과 런던, 두바이와 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지사망을 풀가동,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및 유가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해 물량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할 계획이다. LG도 계열사인 LG칼텍스정유의 오랜 노하우를 십분활용, 장기도입물량 확보에주력하는 한편 원유 구매량 최적화와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이 있는 이라크 주변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을 줄이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LG는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원유공급선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정상적인 원유수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비상경영 = 삼성은 이라크전 예상 시나리오를 단기전(1개월 전후), 중기전(2~3개월), 장기전(4~6개월)으로 구분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했다.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미국의 세계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배럴당 40달러 이상의 고유가로 세계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이에따라 비용절감, 전략적 투자와 함께 경상투자 유보 등의 보수적 경영방침을 유지하면서 전쟁의 전개방향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일단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이라크인접국 유전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원유수입선 다변화 등과 관련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각사 CEO 및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SK는 또 전쟁 발발에 대비한 대응책 뿐 아니라 전쟁이 종결됐을 경우 국제유가안정과 미국 경제의 성장 등 경기호전 가능성을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보고 이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강구하도록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도 항공유 비축분 확대와 위험 회피대책 마련 등에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율도 비축기지(최대 85만배럴 규모)의 비축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연간 항공유 소비량의 30% 정도를 유가변동이 있더라도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헤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말까지 가동되는 컨틴전시 프로그램을 마련, 기내판매수입등 부대수입 목표대비 5% 추가달성, 소모성경비 절감, 판촉.광고선전비 집행유보,비계획 신규투자 금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직원대피 및 보호 = 현재 중동 9개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중인 LG건설은 최근중동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이라크 사태 종료시까지 비상대책팀을 한시적으로운영하고 있다. 비상대책팀에서는 중동지역을 이라크 인접 정도에 따라 ▲1급(쿠웨이트) ▲2급(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3급(이란) ▲4급(터키) 등 4개 관리지역으로 나눠지역별 대책을 마련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각 지역별로 수립된 대피 계획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해상자재운송 장애나 환리스크, 인원송출 제한 등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즉각 실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전쟁이 나면 중동지역에 있는 80여명의 주재원 및 가족들을 유럽 등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며 이 지역 물류 시스템이 파괴될 경우에 대비해 제2, 제3의물류업자들을 선정하고 있다. 중동 지역 가운데 터키 이스탄불에 생산법인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이집트카이로에 판매법인을 운영중인 LG전자도 3단계의 전쟁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단계별대응전략을 준비했으며 60여명의 주재원에게 비상연락망 배포, 주재원 신변안전 조치요령 등을 전달했다. (서울=연합뉴스) passi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