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는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실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주제 아래 제22회 기자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병찬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실과 기자단을 축으로 한 취재관행은 공간의 폐쇄성, 기사의 획일화, 촌지와 접대, 행정권의 정보조작,국민 세금의 낭비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 때도 출입기자 등록제를 골자로 하는 청와대 기자실(춘추관) 운영 개선방안을 검토했으나 청와대가 춘추관을 대언론 창구로 활용할 필요성을 느껴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면서 △기자단이 배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자실을개방적인 보도실(뉴스룸)로 대치 △인터넷 매체의 보도실 참여 공식화 △정보공개법활성화를 통한 기자단 해체 유도 △현행 편집국 편제와 취재구조 파괴 △새로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 감시 등을 제안했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김기태 광주타임스 편집국 부장 = 기자실 운영에 개선의 여지는 있으나 폐쇄에는 반대한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기자의 자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아 기자실 폐쇄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돈으로 기자증을 사는 관행이 남아 있는 지방주재 기자단을 없애야 한다. 광주에서는 기자협회 소속사를기준으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기자실을 전면 개방하면 공간 부족이나 사이비기자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김대연 대구방송 보도국 기자 = 기자실에 대해 지나치게 어두운 면만 부각됐다. 명칭을 바꾸고 출입을 개방하더라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자실 때문에 보도자료에 의존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것은 기자 역량의 문제이다. 민원 해결 등을 위해 기자실에 출입하려는 사례도 있다. ▲김진희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 대표 = 강원지역의 많은 자치단체가 기자실을 폐쇄하거나 브리핑룸으로 전환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주간 지역신문이나 인터넷매체는 여전히 출입기자 명단에서 빠져 있다. 개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다. 언론사가 스스로 매체나 기자의 자질을 판단해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자협회가 문호를 더욱 개방하고 강도높은 자정의지를 보이는 한편 사주들을 설득해 기자실 운영비를 내도록 해야 한다. ▲박영방 목포시청 공보실장 = 지난해 목포시청의 직장협의회가 기자실 문에 못을 박아 강제폐쇄했다. 이제는 브리핑룸으로 전환해 시민단체 등에도 개방하고 있다.기자들은 시청 정문 앞에 자체적으로 임대한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계도지라고 불리는 관공서 신문 구독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기자는 취재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인철 KBS창원 보도국 부장 = 향응이나 촌지 등은 기자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부정적 관행들이 사라졌다. 기자실 운영 개선의 주체는 기자사회이다. 정부가 여기에 개입하기 시작하면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성회용 SBS 문화부 차장 = 지금까지 기자실이 필요했던 것은 기사 전송 수단이나 정보 공유의 기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트북으로 어디에서나 전송하고 보도자료도 인터넷에 다 올라온다. 기자실을 개방하는 것은 대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기자실이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새 정부가 정말 기자실을 개혁할 의지가 있다면 청와대뿐 아니라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부처부터 바꿔야 한다. ▲이선재 MBC 「미디어비평」팀 차장 = 중요한 것은 언론사 내부의 문제이다. 언론사 스스로 취재대상이 되는 것이나 정보 공개를 기피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기자실을 없애야 출입처 위주의 취재관행이 사라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가 나올 수 있다. ▲이정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기자실의 문제가 지금까지도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은 공직사회나 언론기관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부분을 밖으로 드러내서 도려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만 개선된다면 기자들을 위한 공간은 필요하다고 본다.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 기자실이란 공간은 필요하다고 본다. 유착이나 특권이 문제다. 인원이 넘쳐서 자리가 비좁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이다. 대부분의 군소매체는 일일이 상주할 수도 없다. 중요한 사안을 브리핑할 때는 시민단체 등 관심있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해야 한다. ▲장호순 =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것은 언론윤리 이전의 문제이다. 언론윤리의 가장 큰 가치는 언론자유의 수호다. 기존 언론사가 신생매체나 군소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기자실이란 특정공간을 특정인이 배타적으로 점유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권력을 감시하려면 권력과 가까이 있어야 하므로 기자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임대료와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유료기자실과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공공기자실을 이원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