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알맹이 빠진 美재정적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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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재정적자가 금리를 끌어 올릴까. 이에 관한 논란이 요즘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와 유력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간에 일고 있다.
발단은 물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얼마전 발표한 6천4백70억달러에 이르는 감세안이 제공했다.
공급 경제학의 성전이자 부시 감세안의 강력한 지지자인 월지는 재정적자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지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을 예로 들며,당시엔 큰 폭의 재정적자가 있었으나 저금리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자본이득에 대한 감세가 투자를 자극,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울 만큼의 성장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란 것이다.
월지는 따라서 흑자재정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여기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루비노믹스'를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나치게 신봉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월지의 상대편에는 두 명의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경제학자가 있다.
최근 '장기적 재정흑자의 경제적 효과'란 논문을 발표,눈길을 끌고 있는 윌리엄 게일과 피터 올스잭이 그들이다.
게일과 올스잭은 재정적자가 심화되면 반드시 금리가 오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래된 경제이론인 크라우딩 아웃(crowdingout·구축(驅逐))효과가 그 근거다.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결국 국채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게일과 올스잭은 금리가 오르면 경기부양을 겨냥한 감세안의 효과를 중화시켜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둔화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이같은 논쟁에 제3의 입장을 대변하는 케인스학파의 의견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케인스학파는 재정적자가 이자율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경제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경기가 침체상태에 있다면 정부의 자금수요는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소비를 부추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 신뢰지수와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분석 없이는 재정적자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게 케인스학파의 지적이다.
당시 민주당 출신의 루빈 재무장관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크라우딩아웃 효과를 잘 이용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막대한 재정적자를 물려 받은 루빈 장관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교감을 통해 재정적자 감축과 금리인상을 맞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경제는 유약한 상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현 부시 행정부는 2백70만명의 실직자를 양산했다.
소비자 대출은 거의 한계치에 이르렀다.
8백억달러에 이르는 각 주의 재정적자는 세금인상과 복지혜택 축소를 유발했다.
게다가 부시의 감세안은 올해안에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이다.
투자여력 확충을 목표로 하는 현 배당세 위주의 감세안은 부정적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과잉설비와 과잉공급하에선 가계와 정부가 동시에 소비를 하며 경기를 자극하는 케인스학파식 처방이 필요하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해야 한다.
부시의 감세안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나,누군가의 말대로 사람은 결국 죽게 마련인 만큼 현재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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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의 시사잡지 The American Prospect의 공동 편집인인 로버트 쿠트너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2월3일자)에 기고한 'Where have all the Keynesians gon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