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이른바 `증거제시'를 계기로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기 위한 미국의 `여론몰이'가 노골화되면서 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일 국제사회의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의식,이른바 제2의 유엔 결의안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밝히면서도 즉각적인 `무장해제'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전쟁압력을 굽히지 않았다. 또 유엔 사찰단이 오는 14일 안보리 2차 보고를 통해 이라크의 `무장해제'에 대한 최종 평가를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전쟁은 이제 `수주내 판가름날'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어 전쟁회피를 위한 국제사회의 마지막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미국의 국제여론 몰이= 파월 장관의 유엔 안보리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이라크 무장해제를 실현하기 위한 미국의 강한 의지를 천명한 미국은 전쟁에 반대하는국제사회의 여론을 `전쟁 불가피'쪽으로 돌리기 위한 외교행보에 나섰다. 특히 14일의 유엔사찰단 2차보고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은 제2의 유엔결의안 추진에 개방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조건은 매우 까다롭게 달았다. 그는 "유엔 안보리는 (무장해제) 요구가 독재자에 의해 도전받고 조롱당하는 상황에서 후퇴해선 안된다"면서 "유엔이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경우 미국은 늘어나고 있는 동맹국들과 함께 우리를 방어하고 이라크 정권을 무장해제할 필요한 어떤 행동이라도 취해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에 대해 부시대통령이 국제적 컨센서스를 구축하기위한 전략과 관련해 모종의 전환점을 시사한 것으로 향후 수일동안 프랑스와 독일등 전쟁에반대하는 국가들에 대해 설득 압력을 가중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각국과 협의하고 사실을 제시하는 한편 각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이런 협의과정은 계속될 것"이라고말하면서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미국의 설득작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의 설득노력은 부시 대통령과 파월 장관등 수뇌부들이직접 주요국가 파트너들과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설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또 민주당측은 전쟁 승인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의회내 지지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상원 외교위 소속 조셉 바이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파월 장관에게 안보리연설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한 지지 설득노력을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전쟁은 수주내 결말'= 파월 장관은 이라크 사태가 수주내로 어떤 방향으로든결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원 외교위원회 연설에서 "점점 더많은 국가들이이런 상태를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2의 유엔결의안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주말로 예정돼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의 바그다드 방문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미국은 무기사찰단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움직임도 빨라져= 아메르 알-사아디 이라크 대통령 고문은 6일 파월장관이 제시한 미국의 증거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면서도 안보리에 편지를 보내미국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라크는 그동안 실현되지 못했던 이라크 과학자들의 `개별.사적 면담'이 처음으로 성사됐다고 밝히는 등 유엔사찰단에 협조하는 이라크의 모습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히로 우에키 유엔사찰단 대변인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의 입회없이 한 이라크 무기전문가와의 면담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알-사아디 고문은 이 과학자에 대해 "생물무기 과학자중 한명이 사적으로 인터뷰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사찰단, 이라크 협력 재강조= 이번주말 이라크로 들어가 사실상 `마지막'사찰활동을 벌일 사찰단은 이라크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오는 14일 안보리 2차보고는 부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릭스 사찰단장과 엘바라데이 IAEA사무총장은 6일 런던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지막 시간에 이라크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오는 14일 안보리 보고에서 우리가원하는 것을 제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안보리는 이번 사찰단의 보고를 매우 중대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따라서 우리는 이 보고서에서 진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반전 분위기' 여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연례 안보회의를 앞두고 유럽 전역의 반전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반세계화 활동가와 평화주의자들,종교및 노동계 지도자들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가 대규모 집회를 갖고 반전 목소리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워싱턴.런던.베를린.바그다드 AP.AF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