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설 때는 으레 수많은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이르면 경제정책이 실효성있게 집행되지 못한 현상이 되풀이되곤 했다. 새 정부에서도 많은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정부는 몇가지 기본 경제정책을 실효성있게 집행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정책이 많은 민간경제주체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계획단계에서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부각되지 않고 보완적이어야 한다. 집행단계에서도 당초 계획에 따라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한때 남미 여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많은 정부부채와 외채 때문에 경제위기를 면치 못하고 저성장 저형평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국은 현재 경제적 불평등이 누적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이 단계에서는 성장 못지않게 형평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이 단계가 지나게 되면 불평등을 해소하기 쉽지 않게 되는 데다,경제적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새정부의 성장과 형평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택하고,상호 보완성이 미약함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이러한 의구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기본전략을 종전과는 달리 짤 필요가 있다. 경쟁력 있는 경제주체들에게는 그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한편,경쟁력이 뒤지는 경제주체들에게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소위 '이원적 접근법(Dual Track Approach)'을 고려해 보아야 하겠다. 기본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은 왕성한 물적·인적 투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투자는 경쟁에 기초한 시장원리를 따를 때 효율적이고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에 따른 수익이 귀속돼야 하며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벌칙도 있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경제주체에게는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혁신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인력을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불공정한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엄정한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겠지만,정부의 정책입안자는 개인주권과 기업주권을 기초로 시장경제가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정부의 누적된 간섭과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하겠다. 형평성 제고가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에게 같은 수익을 주도록 하는 데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형평성 제고는 비경제적 요인 때문에,혹은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형성된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상당 부분은 과거 정부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빈부의 대물림 현상,지역간 발전 격차 등도 사실상 교육정책 경제정책 및 여타 정부정책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대학 육성 등을 제시했는데,지방교육의 질적 개선이 소득격차 해소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은 옳은 시각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능한 인적자원이 지방에서 배출되고 지방에서 이용 가능해야 되는데,이것은 교육 이외에도 경제 사회, 지방정부의 세입 확보 등 모든 차원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새정부가 옛 틀을 버리고 새 틀을 수용해 변화와 개혁이 일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공평한 사회를 열어가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이 국민들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도록 신뢰받는 정부가 먼저 돼야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