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4일 현대상선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수사 유보 결정을 내린 뒤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에서 김각영 검찰총장에 대해 탄핵소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강구하겠다고 압박해오자 `수사유보 결정은 수뇌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민주적 절차를 통해 수렴된 검찰의 총의(總意)'라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검찰 간부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애써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하면서도 이번 수사유보 결정이 2000년 11월과 이듬해 12월에 각각 있었던 박순용 전검찰총장 등을 상대로 한 탄핵 시도가 재연되면서 또다시 정치권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려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달성하는 데 장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대검의 한 고위간부는 "수사유보 결정은 말그대로 `유보'한다는 뜻이지 사건을덮겠다는 말이 아니다"며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를 미룬 것을 가지고또다시 검찰총수를 정치적 도마위에 오르내리게 해서는 검찰의 중립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대검의 다른 간부도 "대북송금 의혹 건은 고도의 정치적 사안인 만큼 책임있는정책 담당자의 설명이나 국회 차원에서의 진상규명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검찰이 나서야 할 문제"라며 "결코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고말했다. 하지만 서울지검내 일부 소장 검사는 "수뇌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수사유보는 검찰이 또한번 손가락질 받을만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수의 검사들은 이번 수사유보 결정이 내려지게 된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검 수뇌부는 수사유보 결정에 앞서 3일 오전 간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발언 기회를 줘 의견을 듣고, 전국 지검장들로부터도 개개의 의사를물은 뒤 오후에는 유창종 서울지검장으로부터 수사팀의 견해를 직접 보고받는 이례적 절차를 거쳤다.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절차를 통해 대검 수뇌부는 `역풍'이 불어오더라도 수사유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결정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다소간 입장차이가 있었지만 `수사유보'에 대한 견해는간부들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며 "그런 만큼 정치권에서도 국정조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진상규명을 먼저하는 것을 적극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