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망명주선 용의를 밝히는 등 여전히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이라크와의 대결국면이 최종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혀 이라크 공격에 대한 최종결정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리 프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사담후세인 대통령이 무장해제를 결심한다면 평화적 해결도 가능하다는 것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프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유엔과 유엔 안보리와의 협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각종 회의나 전화통화를 통해 설득작업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마지막단계의 노력은 분명 외교적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자발적 무장해제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상태인 데다 미국의 마지막 외교적 노력이라는 것도 길어야 수주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평화적 해결노력이기보다는 공격을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외교적 해결을 위해 열려 있던 창문이 닫히고 있다는 말로 현실적인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진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안보리의 표정을전했다. 부시 대통령 역시 무기사찰을 통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보유를 저지할 수 있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주장을 일축, 전날 국정연설에서 밝힌 전쟁불사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속적인 사찰활동을 허용하면 후세인의 사악한 마음을 돌릴 것이란 희망을 버려야 한다면서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 보유를 포기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과 31일 이탈리아, 영국 총리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라크에 대한 최종시한 설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전해졌다. 이에 앞서 파월 국무장관은 후세인 대통령과 가족이 이라크를 떠나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그와 가족이 망명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 도중 후세인의망명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이제까지 후세인의 망명을 허용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망명주선 용의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후세인에게 면책권까지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한편 국무부는 이라크 반체제 인사와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이라크 유전의 보호 및 복구, 개발에 관한 2차 회의를 31일부터 이틀간 연다고 이날밝혔다. (워싱턴.그랜드 래피즈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