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이사장이 재직중 시간강사로부터 받은 거액의 `선물'을 엉뚱한 사람에게 되돌려줬다가 소송을 통해 4년반만에 되찾게 됐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5단독 송인권 판사는 30일 지방 모대학 이사장 A씨의 유족 9명이 C(44)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5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했다. 지방 모대학 법학과 겸임교수였던 피고 C씨는 지난 98년 5월 느닷없이 이사장 A씨로부터 5천만원이 든 멜론상자를 받았다. 이 상자는 원래 같은 학과 시간강사로 다른과에 파견근무중이었던 같은 성(姓)을 가진 강사 C(34)씨가 전날 이사장의 집을 방문해 `선물'로 줬던 것. 이튿날 멜론상자를 돌려주기로 한 이사장은 부인에게 "법학과 C교수에게 갖다주라"며 상자를 맡겼는데 부인은 다른 과에 파견돼 있던 강사 C(34)씨가 아닌 피고 C(44)씨를 `법학과 C교수'로 잘못알고 `배달사고'를 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사장은 이듬해 3월 하순께 피고를 만나 경위를 설명하고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피고가 "예전에 학과장에게 전임교수로 채용해주는 조건으로 학교발전기금 3천만원을 줬었는데 채용되지 않았다"며 "그 돈 3천만원과 지연손해금 900만원을 되돌려받는 셈치고 나머지 1천100여만원만 학과장에게 줬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5천만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당초의 '선물' 제공자 C강사는 2000년 6월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냈지만 이듬해 5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결국 2002년 6월 이사장이 사망한뒤 유족들이 나서 `법학과 C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5천만원짜리 선물'을 4년반만에 되찾게 됐다. 송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5천만원이 자신에게 잘못 전달된 사실을 알면서도 반환을 거부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학교발전기금 3천만원은 이사장과의 법률관계가 아니라 학과장과의 법률관계이므로 5천만원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당초 시간강사 C씨가 이사장에게 '선물'로 5천만원을 왜 줬는지는 소송과 무관한 사항이어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