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핵문제와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간접 전달받고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통해 사의를 표시한 뒤 김 대통령의 조언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추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2박3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29일 서울로 돌아온 임동원 대통령 특사는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등의 철회를 권고하는 김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이같은 구두메시지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임 특사는 또 경의선 공사를 내달 중 완공하고 금강산 육로관광도 내달초에 실시키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 특사는 이번 방북 기간중 김 국방위원장이 지방 현지지도 중이어서 직접 만나지 못했으며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를 통해 김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특사는 방북중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 등과의 회담에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북핵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핵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안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입장을 추후 검토해 전달해 주겠다고 대답, 이번 특사 방북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북측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현안이며 △핵무기 개발의사가 없고 △미국과 평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선 핵개발 계획폐기를 바라는 미국과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국정 연설에서 북한을 '무법 정권'이라고 규정, 근본적인 대북 불신감을 나타내 당분간 북.미가 마주 앉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김 국방위원장이 임 특사를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시간을 좀더 필요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핵문제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아직 특사에게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