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나는 검은 생머리,고운 피부,도도한 눈빛.고개를 홱 잡아챌 만큼 화끈하진 않으나 은근히 시선을 고정시키는 세련된 기품... 요즘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망한다는 이른바 '귀족미인'이다. '튀지 않되 고상한 아름다움'으로 요약되는 '귀족미'(노블 뷰티)가 각광받으면서 뷰티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맨먼저 헤어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 청담동 같은 패션 일번지에서는 요즘 '튀는' 머리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정이나 자연스러운 갈색 생머리 단발이 압도적이다. 이 스타일의 핵심은 '찰랑찰랑 자르르한' 건강한 머리결이다. 화려한 염색이나 부시시한 파마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2∼3년 전에는 '전국민 염색시대'라고 할 만큼 천연색 머리가 인기를 끌었지만 요사이는 전반적으로 색상이 부쩍 점잖아졌다. 염색이나 파마 인구가 줄어든 대신 머리결을 관리하는 인구는 부쩍 늘고 있다. 프랑스 헤어케어 브랜드 르네 휘테르가 운영하는 헤어케어 살롱의 경우 2001년 개점 당시엔 탈모 비듬 등 문제성 모발을 치유하려는 고객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머리결을 살려달라는 20대 여성 고객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보수 기능'을 가진 헤어케어 제품이 성장률에서 염모제를 앞질렀다. 전체 두발용품 성장률은 지난해 한 자리에 그쳤다. 그러나 헤어케어 제품인 웰라 '리퀴드 헤어'의 경우 2001년 76%,2002년 1백% 신장했다. 반면 염모제 메이커들은 '염색'에 '트리트먼트'를 기본사양으로 덧붙이게 됐다. 염색을 해도 머릿결이 크게 상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웰라 '칼라 엑스트라케어',꽃을 든 남자 '크리닉 커버칼라',LG생활건강 '플로닉 내추럴',미장센 '아쿠아 에센스' 등이 이 대열에 있다. 귀족미의 또 다른 핵심은 화장기 없는 투명하고 맑은 피부. '안티 에이징(노화방지)' 제품이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색조화장품도 스킨케어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맥의 아이크림 겸용 아이섀도,SKⅡ의 에센스 겸용 파운데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에서도 튀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운 브랜드가 인기를 끈다. 디자인은 베이직하지만 고급소재로 '옷태'가 좋은 게 특징. TSE,피터 짓슨,마크 제이콥스,아크리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아본다는 브랜드가 '대중명품'을 대체할 '신(新)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성형업계에서는 일명 '귀족수술'로 불리는 시술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콧망울 옆에서 입가로 흐르는 골을 도톰하게 돋우는 수술이다. 청담동 한 성형외과에서 이 수술을 받았다는 회사원 박세영씨(30)는 "어려 보이고 있어 보인다고 해서 수술을 받았다"고 말한다. '안 꾸민듯 아름답게',올해 미인 소리를 들으려면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