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연초부터 국제 규모의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엑스포가 SOC 투자 등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고용창출, 외자유치, 전세계 홍보 등 고부가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 지자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드높이는 경제.문화분야의 종합올림픽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박람회기구(BIE)가 공식 인정하는 공인 엑스포의 경우 개최 기간이 6개월이나 되고 수천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지역경제 도약을 위한 보증수표로 각인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 사이에선 향후 5∼10년 이후의 엑스포 유치사업까지 앞다퉈 확정 발표하며 선점경쟁에 나서는가 하면 일찌감치 유치위원회 결성과 대정부 건의와 같은 여론형성에 들어가는 등 총성 없는 유치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광(光)산업 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2012년에 대전 엑스포에 버금가는 '세계 광산업 엑스포'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광산업 엑스포 개최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포함된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민주당 및 중앙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행사를 꼭 유치하겠다"고 자신했다. 경북 울진군은 지역 농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1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 친(親)환경농업박람회' 개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울진군은 2005년 7월29일부터 8월12일까지 이 박람회를 개최해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IT(정보통신) 및 관광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아시아 텔레콤 2004' 유치에 본격 착수했다. ITU총회 회원국이 1백90여개국에 달해 전시 관광 서비스 등 경제파급 효과만 1천여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게 부산시의 전망이다. 대구시는 전통 한방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3백50년 전통의 대구 약령시(藥令市)의 전통을 세계한의학박람회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한의약 산업 관련 시장 규모가 1천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도 안된다"며 "대구의 한방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역산업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자동차 산업박람회와 환경산업 박람회, 사이버 컴퓨터게임대회 등의 국제행사를 다각도로 유치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메카를 목표로 건설 중인 오토밸리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오는 2006년 자동차부품 산업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과 신소재 전시, 비즈니스센터 운영, 부품조립 체험, 학술대회 등을 국제행사로 유치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울산시는 전망했다. 그러나 2010년 여수엑스포 유치 실패를 교훈 삼아 지자체들의 엑스포 유치전략이 장밋빛 청사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현실여건 등을 감안해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서근태 원장은 "국제 규모의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도시들도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간 긴밀한 협조체제 강화와 함께 전시 컨벤션센터와 교통 관광 등 엑스포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