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 대북지원 의혹'과 관련, 현대상선의 자료제출 의사 표명으로 감사원 고발이 늦춰지자 검찰이 가속페달을 잠시 늦추고 수사행보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당초 24일 감사원 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전날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해 전격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하는등 본격 수사채비를 갖췄던 검찰로선 '시간을 번' 만큼 충분한 사전준비로 수사착수시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3차례나 자료제출을 거부한 현대상선이 자료제출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엄정수사 촉구, 감사원의 현대상선 고발 움직임, 검찰의정 회장 출금조치 등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상선으로선 감사원에서 먼저 `클리어'한 뒤 검찰수사를 받는 것이 낫다고 자체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며 "수사과정에서 현대상선 경영과 현대의 대북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감사원 고발을 앞두고 정 회장 출금조치 등으로 `전의'를 불태우며 긴박하게 돌아가던 검찰내 분위기는 다소 맥이 풀린 모양새다. 검찰은 그동안 감사원 고발 등에 대비, 요로를 통해 입수한 대출 관련 서류 등 일부 자료 등을 정밀 검토해 왔고 지난 2000년 6월을 전후한 현대상선의 대출 현황에 대한 스크린 작업도 벌여 왔다. 또 수사주체 및 사건 배당에 대한 논의끝에 수사준비를 계속해온 서울지검 형사9부에 수사검사 2∼3명을 보강, 특별수사팀을 편성키로 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도 마무리한 상태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연기로 계좌추적, 관련자 소환 등 본격 수사착수 시점도 적어도 1주일 정도는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출금조치한 이들에 대한 출금 해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일단 한숨돌릴 시간을 번 만큼 기초 자료분석, 적용 법률검토 등 사전 준비작업을 충분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계좌추적에만 최소 3∼4주 걸릴 것으로 예상, '이용호게이트' 당시실력을 발휘했던 특검팀 파견 수사관을 보강, 계좌추적 시기를 최대한 단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수뇌부 판단에 따라서는 검찰이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전격 수사에 들어가거나 이중조사의 부담을 덜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원과 공조체제로 계좌추적 등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이 정 회장에 이어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에 대한 출국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검찰의 독자행보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원과 수사 공조는 고려치 않고 있다"며 "감사원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은 변함없지만 수사에 대비한 사전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