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釜山을 보여드립니다 .. 조명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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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5244@hanmail.net
부산에 살다 보면 가끔 부산 구경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마다 나는 유명한 곳부터 들먹이고 만다.
지나치다 보면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장소,아름다운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도 말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딘들 유서깊고 의미있지 않으랴.그러니 해운대 다대포 범어사 하고 유명소부터 들먹이고 보는 것은 내 무심함의 소치일 것이다.
이 무심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것이,부산을 찾는 사람들 또한 유명한 곳부터 가고 싶어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어디에 가면 뭐가 있고 뭐가 있다더라 하는 식으로 '구경'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며칠 전에는 내륙지방인 안동에 사는 분이 부산에 왔으니,꼭 광안대교를 보고 싶다고 했다.
광안대교란 올해초 개통된 광안대로의 현수교 구간을 말한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구서동을 지나 시작된 도시고속도로가 광안리에 이르러 현수교 구간을 만나고,용호동과 부두를 거쳐 중앙동까지 이르는 이 길은 부산의 해안을 관통한다.
도시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어 나폴리가 부럽지 않게 아름다운 광안리 바다 위에 다리를 세운다는 기막힌 발상을 두고 생태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차에서 내릴 수 없다는 주의를 무시하고 저마다 차를 세우고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출렁거리는 바다 위의 다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찬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다리 위에서 보면 한 쪽은 탁 트인 바다요 다른 한쪽은 울창한 아파트의 숲이니,이처럼 기막힌 풍경이 어디 있을까.
밤이 되면 현란한 네온사인이 바닷물에 어리어 파도소리에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는 듯한 아름다운 광안리에,레이저로 쏘아올린 불빛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는 광안대교까지 합세했으니 부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꼭 이곳에 들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유명소만 힐끔힐끔 보고 지나쳐버리기에 부산은 너무 크고 볼 게 많다.
그런데도 유독 무엇을 보려고 하는 것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겠지만,그 호기심이 충족되고 나면 본질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제부터 부산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의례적으로 그 무엇을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을 작정을 해 본다.
내가 다른 지역에 갔을 때도 역시 그래야 할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