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채권에 몰리면서 채권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시중의 떠돌이 자금이 무려 3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금리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표금리는 지난해 11월말 5.40%를 기록한 이후 국내외 불안감으로 인한 단기유동성 장세를 보이며 하락세를 지속해오다 마침내 4%대로 들어섰다. 15일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4.98%로 마감됐다. 지표금리가 4%대로 떨어진 것은 2001년 11월13일(연 4.95%)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표금리가 4%대 진입에 이어 4% 후반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금리의 꾸준한 하락으로 장단기 금리격차가 정상을 벗어나 급격히 좁혀짐에 따라 당분간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 유동성 장세로 금리 하락 주가와 금리 전망에 대한 불안감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금리 하락을 불렀다. 지난해말부터 채권시장에 몰리기 시작한 자금은 연초 들어 투신사의 MMF(머니마켓펀드)로 9조원, 채권형 수익증권에 1조4천억원 등이 순유입되는 등 투신권 총 수탁액이 180조원에 이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신권 자금과 은행권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자금이 360조원에 달해 단기 유동성 장세를 조성, 금리 하락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이라크전 발발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까지 선언하자 투자심리가 더욱 움츠러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두드러지게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연중 최저치인 5.11%로 마감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비롯해 장.단기 금리가 일제히 하락세(채권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투운용 관계자는 "미-이라크전 개전시기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대선이후 기업들이 시설투자 결정을 미뤄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4% 후반 안착 시도로 이어질 것 금리 하락세는 4%대 후반 안착 시도로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이라크전 등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 지표금리 4.8%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투증권 최재호 애널리스트는 "중동지역 위험과 북한 핵문제 등 불안한 국제정세는 상반기에 예상되는 내수 위축 등 경기둔화 폭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지표금리의 경우 4.8%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단기금리 하락은 연초 자금 환류에 따른 유동성 급증에서 촉발됐다"며"최근에는 단기금리 하락을 제한하던 콜금리 인상압력이 해소되고 경제주체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콜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하락세가 기조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LG투자증권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금리 하락세는 최근 주가 약세, 북한핵문제, 대선이후 적극적인 투자 미흡 등으로 인한 단기 유동성 장세 때문"이라며 "북한 핵문제는 북-미 양국이 파국을 원하지 않고 있고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해 현재 보다 나은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초에 MMF 등에 몰렸던 시중자금이 연말 설자금 수요와 8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세금납부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지표금리가 4% 후반 안착을 시도하며 4.95∼5.10%에서 등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