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대한 인수위의 재검토 방침이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로선 전력부문을 제외하고,철도 가스 지역난방 등에 대해선 민영화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알려졌지만 이것도 확실한 얘기는 아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일소하고 국민경제의 효율향상을 촉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4대부문 개혁중 공공부문이 가장 부진하다고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민영화가 공기업 혁신을 위한 유력한 방안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꾀할 다른 마땅한 정책수단이 있다면 굳이 민영화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민영화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이점에 대해선 "국민적인 공감을 얻어야 하고 민영화 이후의 소유지배구조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 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어 당혹스럽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고 본다. 한쪽에선 기관투자가와 다수의 소액주주 중심으로 소유구조를 전환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책임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과거 경험을 봐도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오랜 세월동안 이해관계를 같이 해온 공기업 임직원들과 납품업체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민영화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공기업 민영화뿐 아니라 정부투자기관의 통폐합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주공과 토공의 경우 현정부 출범 직후부터 통합이 검토돼 긍정적인 결론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발,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니 공공부문 개혁이 부진하다고 비난 받는 게 당연하다. 임대주택 1백만호 건설 등 앞으로도 수행해야 할 공공기능이 많다고는 하지만,이것과 두 기관이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정책임이 막중하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무엇이 바람직한가라는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수위측의 신중한 접근자세는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같은 태도변화가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혼선으로 변질돼선 결코 안되며 대책 없이 시간을 끌어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