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위기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개혁은 점진적 자율적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원회측이 잇따라 기업개혁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반미감정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새 정부의 기업개혁, 시민단체의 활동강화, 노사관계 악화,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자칫하면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반미 불똥' 가시화 =국내의 반미정서 확산에 대해 미국 기업인들이 강력한 불만의 메시지를 던져 재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미국 재계는 오는 19∼2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16차 한.미 재계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발표될 성명서에 "한국측은 반미감정을 절대로 허용해선 안된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북한 핵문제와 반미감정 등을 놓고 오는 20일 실사단을 한국에 파견해 '한국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만일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기업들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서 해외자금조달금리가 올라가고 외국인투자는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새 정부 기업개혁 의지 =최근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개혁은 자율적 점진적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의 인수위 보고와 인수위측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에까지 해당되는 개혁 방안이 상당수 새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론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비롯해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강화 등의 조치는 기업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 시민단체 움직임 =인수위에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한 데다 국민참여센터 설치 등으로 차기정부에서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그동안 재벌 감시역을 자임하면서 편법상속이나 대주주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는 대기업에 소송제기 등을 통해 공세를 펼쳐 왔다. 실제 삼성 LG SK 두산 한화 등이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 노조공세 강화전망 =재계는 차기정부에서 노조의 기세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노사문제"라며 "정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첨예한 노사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