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守東 < 인하대 교수.前 특허청장 > 남한팔도는 가든과 파크가 다 버려 놓았다는 말이 있다. 국도를 따라 자동차여행을 해 보면 목 좋은 곳마다 으레 나타나는 △△가든 ○○가든…,그리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차지하고 앉은 △△파크 ○○파크들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 같다. 오죽하면 중1 영어시험에 Garden의 뜻을 생등심집,Park의 뜻을 러브호텔로 적은 것을 오답 처리했다가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가 있을까. A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와 관련해 5단계 욕구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인간의 지적 또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낮은 단계의 욕구,즉 식욕 성욕 안전 등에 집착해 그에 맞는 동기부여와 행동이 따르게 되나,그 수준이 올라갈수록 성취 가치추구 등의 욕구로 옮아가고,그것에 걸맞은 동기부여와 행동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사람들은 지금 이밥에 고기국이 욕구의 1차적 관심일 것이다. 우리도 50,60년대 보릿고개와 빈곤을 겪으면서 쇠고기 한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인 때가 있었다. 생등심전문 가든의 범람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빈곤시대의 한 맺힌 유물임과 동시에,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한국농업 구조조정 실패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대책 없이 당한 농산물시장 개방,댐이 무너졌는데도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기약 없는 농업 구조조정 하에서 농촌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등심집이든 토종닭집이든 농사보다 부가가치가 높다면 장사를 벌이고 볼 상황이다. 그것은 '가치추구'같은 사치의 차원이 아니라,'생존'이라는 안전의 차원인 것이다. 가장 급한 식욕과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성욕으로 옮아간다. 낮은 차원이기는 식욕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우리에게는 사는 집 말고도 러브호텔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있었다. 한 지붕 세 가족의 맞벌이 부부,대가족 3대가 함께 사는 새댁에게 또 하나의 보금자리로서 순기능을 해주던 측면도 있었겠지만,휘몰아 닥친 자본주의의 폐해로 성적 문란과 하급유흥의 아지트로서 러브호텔은 전국을 뒤덮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수준의 이혼율과 세계 최저수준의 산아율을 기록하게 되는 데 러브호텔은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제는 차원을 바꿔 볼 때가 된 것 같다. '가든'이라고 하면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미국 LA의 헌팅턴가든,뉴질랜드 웰링턴의 보타닉가든을 생각하게 된다. 코벤트가든은 서민문화,행위예술의 장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헌팅턴가든은 세계 최고(最古) 최소의 성경 등 희귀책자와 블루보이(Blue Boy) 등 명작예술품의 소장처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고,보타닉가든은 남반구 식물표본의 집결지로서,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선진국의 가든은 문화적 가치실현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파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본 가나가와현의 벤처테크노파크,영국 웨일스의 사이언스파크,미국 오하오주의 바이오테크노파크들이다. 가든이 소비자의 문화가치 실현의 장이라고 한다면,파크는 생산자의 고부가가치 창출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의 소득수준과 지적 수준은 쇠고기에 맺힌 한과 서구 병든 문화의 맹종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새로운 차원의 높은 동기 부여와 행동 방향을 모색할 때가 온 것 같은 데,그 단초를 아이러니컬하게도 가든과 파크에서 찾고 싶다. '가든'은 21세기 지식시대 중심화두의 하나인 문화 가치실현과 삶의 질 향상의 장으로서,'파크'는 우리에게 첨단기술에 대한 도전과 성취 그리고 고부가가치 창출의 장으로서 의미와 모습을 변신시켜 지향돼야 한다. 즉 가든은 문화가든으로서,파크는 하이테크파크로 재창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산업 구조조정계획과 국토이용 재개발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하여 남한팔도는 가든과 파크가 되살렸다는 말이 나오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0014@mail.inha.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