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귀에 익은 구호가 있다. 6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으로 내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이다. 가난을 업보처럼 여기고 살았던 당시엔 자녀수가 보통 5명을 넘어 변변한 입성은 고사하고 세끼 밥 먹기도 힘들어 식구를 줄이는 게 가난을 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출산을 억제했던 이 구호가 지금은 "제발 둘이라도 낳아서 기르자"는 호소로 바뀌어야 할 지경이 됐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3으로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저이며,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인구대체수준인 2.1에도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출산장려를 위해 정부가 팔 걷고 나섰다.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감면하고 출산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출산휴가자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인구감소가 심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더욱 조바심이다. 양육지원금을 주는가 하면 '다산왕(多産王)'을 선발해 부부동반 여행권과 상품권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출산과 사망은 고향에서'라는 캠페인도 눈에 띈다. 인구감소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인구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남성에게도 산후휴가를 주고 여성직장인에게는 연금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등 한 자녀 더 갖는 '플러스 원'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국가가 출산비용은 물론 양육비까지도 지원할 정도이다. 출산은 예로부터 장려되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법전(기원전 1700년대)에는 태아를 유산시키는 아내를 처벌하고,산모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해도 아이 낳는 일을 포기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아내의 으뜸 가는 의무로 출산을 꼽았던 것이다. 출산은 국가의 장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성의 출산기피증을 해소시키는 것인데,임신·출산·육아를 남편과 국가가 공동 책임진다는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