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영국의 지역교육위원회와 함께 '밸류드 유스(Valued Youth)프로그램'을 만들어 퇴학 위기에 놓인 14세 학생들을 이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짝을 맺어주었다. 1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나이든 학생이 동생들에게 읽고 쓰기와 산수를 가르치게 한 것.그 결과 나이든 학생들은 책임감을 갖게 됐고 태도가 크게 개선됐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별 효과가 없었던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을까. 10대들이 잘 알고 신뢰하는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영국 버진(Virgin)의 사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메이츠 콘돔'을 만들어 에이즈에 맞섰다. 당시만 해도 콘돔 사용은 비웃음을 사는 분위기였지만 '메이츠 콘돔'은 솔직하고 믿음이 가는 포장과 광고를 통해 콘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았다. 이처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사회마케팅 컨설턴트인 스티브 힐튼과 자일스 기번스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멋진 비즈니스'(안진환 옮김,아카넷,1만2천5백원)에서 기업이 사회변화의 구심점이 돼야 하며 사회에 대한 책임과 리더십을 갖춘 기업만이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빈곤문제,인권유린,아동노동력 착취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의 원인제공자 위치에서 벗어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세차에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말레이시아에서는 지역공동체의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캠프를 운영하는 야생보호구역을 지정한 영국석유회사(BP)가 그런 사례다. 따라서 저자들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서 벗어나 사회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함께 능동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한다. 특히 기업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나이키,리바이스,벤츠,맥도날드,스카이TV 등의 다국적 브랜드들이 에이즈,인종차별,마약,청소년 흡연,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펼치는 사회적 리더십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리더십이 기업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소비자를 몰고온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리더십을 통해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제품,인적·물적 자원,경영 노하우 등의 통합을 촉진하게 돼 기업경쟁력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기업의 경쟁력도 높이고 사회도 바람직하게 이끄는 '굿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주창한다. "비즈니스와 연대하라.그러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