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癸未年) 새 아침이 밝았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과학기술 경제 교육 여성 분야의 화두와 원단 에세이를 5회에 걸쳐 싣는다.

........................................................................

金始中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

새해가 밝았다.

지금 선진국들의 화두는 세계 1등 상품을 몇개나 보유하는가에 두고 있다.

이른바 '기술혁신적 새 상품'의 개발이다.

서울에 왔던 존 기본스 전 미국대통령 과학정책담당보좌관은 "21세기 과학기술은 산업과 연관을 가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면서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21세기 연구기금'을 설치하고,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 6T 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정보화 고령화 환경대응분야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유럽연합(EU)은 나노 생명 정보 환경기술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들의 과학기술정책은,신기술과 1등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학기술력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같은 세기적 과학기술 조류에 대응키 위해 우리 정부도 과감한 과학기술정책을 펴야 한다.

세계 1등 상품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세계 1등 가는 대학도 나오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또 과학기술자들이 밤새워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정학적인 고도(孤島)- 3면이 바다이고,남은 한쪽은 철책선으로 굳게 막힌,세계적인 부와 기술 및 시장을 자랑하는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첨단과학기술로 생존권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목에 서있다.

그래서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한국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호두까기 속의 호두꼴"이라고 진단했었다.

두번째 맞는 밀레니엄은 우리 민족에게 역사상 가장 혹독한 세월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견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사회적으로는 스포츠 선수들과 연예인들의 화려한 생활을 흠모하고 있고,학생들은 공부하기 어렵고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분별한 하향평준화 관행은 우리 국민 전체의 수준을 낮추고,과학기술계의 무력감을 부추기고 있다.

과학기술이 한 국가와 한 민족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21세기이지만,우리의 과학기술 역사는 일천하다.

60년대 '포니 선풍'은 40년 지난 지금에서야 세계 5위 자동차 수출국을 일구어 냈다.

반도체는 시작 20여년만에 D램과 CDMA,LCD에서 1위 자리를 잡았다.

이제 겨우 T-50 초음속 비행기를 띄웠고,우리 손으로 만든 KSR-Ⅲ 로켓을 쏘아보는 수준이 됐다.

지난 63년부터 40년 동안 우리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1천2백억달러밖에 안된다.

미국이 한해 투자한 금액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구 성과와 과학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자원의 절대규모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고,BT NT 등 새로운 유망 신산업은 초기 성장단계에 있다.

세계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방재과학이 미숙해 태풍때마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수조원의 재산피해를 입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고,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문제는 희망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값싼 농산물은 우리 농업을 위협하고,재래식 조업에 의존하는 어촌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은 그 나라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Moon on the man'이 그랬고,드골 대통령의 'Big 3 과학정책'이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의 KIST 설립 때의 일화가 그 중 하나로 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때보다,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혁명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며,그 성장력도 폭발적이 된다'는 이론을 입증해 준 사례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특수성 때문에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과학기술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적어도 1백년을 내다보는 그랜드 프로젝트(Grand Project) 몇개쯤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