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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달력과 PDA ..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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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cho@kotef.or.kr

    오늘 달력의 마지막 장을 뜯어낸다.

    그런데 요즈음 새 달력 보기가 힘들다.

    예전 같으면 귀가 길에 둘둘 말은 달력뭉치 들고 가는 것도 세밑 풍경이었다.

    집에 가서 달력 한장 한장 넘기며 그림 감상도 하고 내년에는 노는 날이 며칠이나 되나 헤아리기도 했다.

    좋은 달력이 있으면 부모님께 갖다 드리는 즐거움도 있었다.

    특히 노인들은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을 더 좋아했다.

    정성스럽게 뜯어서 포장지로도 쓰고 휴지로도 쓴다.

    이러한 일력은 최근에 거의 자취를 감춘 것 같다.

    이는 정서적으로나 실제효용 가치 면에서도 이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마치 벽에 붙어 정지해 있는 것 같은 벽걸이 달력 보는 것이 특히 도시 가정에서는 흔치 않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무료하게 사랑방에 앉아서 일력이나 뜯어내며 사는 노인들도 줄어들었다.

    그나마 많이 제작되는 달력은 일정관리를 위한 탁상용 달력일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것도 점차 무용화될 것이다.

    이제는 전자수첩,휴대폰,PDA가 급속히 이를 대체하고 있다.

    또 앞으로 주부들은 지능형 냉장고를 통해 주방에서 시간과 일정관리를 다 할 수 있게 된다.

    차안에서도 핸들 뚜껑을 열면 컴퓨터가 나오고 여기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혼부부의 침실 벽에는 벽면 TV가 달력대신 부착돼 있고 사무실 벽면도 회의용 스크린 겸용이다.

    이렇게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바뀌면서 퇴장하는 것과 등장하는 것이 있다.

    이제는 그것이 '새로운 물결' 정도가 아니고 '태산같은 파도'가 되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뒤덮고 있고 나라의 큰 흐름까지도 좌우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젊은 세대의 승리라고 하지만 결국 그들을 이기게 한 것은 이와 같은 지식화 정보화 디지털화의 시대적 폭풍이다.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빛의 속도이니 일단위,월단위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별로 없다.

    순식간에 인터넷이 만든 공간에 수십만이 모여서 의사 결정을 하고 이를 행동에 옮긴다.

    달력 세대의 속도로는 감당이 안된다.

    그러나 달력을 넘기면서 지난달을 반추해보고 다음달을 설계하는 여유 또한 이 사회를 메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의 위력 속에서도 새달력을 걸면서 내년에는 달력과 PDA가 공존하는 보다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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