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는 23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과 정권 인수인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의 이날 회동은 내년 2월 25일 노무현 정부 출범 전까지 2개월간 이뤄질 신.구 정권간 정권 인수인계 준비를 위한 첫번째 공식절차로 해석돼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회동은 북한이 폐연료봉 저장시설에 설치된 봉인을 제거하는 등 북한핵 문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대좌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오전 11시 55분께 노 당선자가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직접 본관 1층 현관 앞에서 기다리다 노 당선자를 맞았다. 이는 통상 외국 국가원수 등이 방문을 할 때 현직 대통령이 갖추는 예우로서 노당선자의 위상변화를 실감케 했다. 이날 오찬회동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 가량 이어졌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회동이 끝난 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과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을 불러 회동 내용을 설명했다. 0...김대중 대통령은 오전 11시 55분께 승용차를 타고 본관에 도착, 현관 앞쪽복도에 서서 기다리다 잠시후 도착한 노 당선자를 반갑게 맞았다. 이에 앞서 노 당선자를 태운 승용차가 본관 현관 밖 하차선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이 "어서 오십시요. 대통령님이 나와 계십니다"고노 당선자를 영접했다. 이어 노 당선자가 현관을 통과해 본관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김 대통령은 노 당선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면서 "축하합니다"라고 말했고, 노 당선자는 고개를 숙여 김 대통령에게 깍듯이 예를 갖춘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동 장소인 본관 2층 백악실로 이동하기전 잠시 보도진의 사진촬영에 응했다. 노 당선자는 10여m 떨어진 엘리베이터 출입구로 이동하는 도중 김 대통령에게"건강이 좋아 보이십니다"고 말했고 김 대통령이 "제주도에는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묻자 "역시 제주도가 좋습니다.오랫만에 바닷가의 보통영업하는 횟집에도 가봤습니다"고 응대했다. 특히 김 대통령이 노 당선자에게 엘리베이터에 먼저 탑승할 것을 권하자 노 당선자는 "그래도 되는 겁니까"라며 극구 사양을 했으며, 김 대통령이 "손님이니 먼저타십시요"라며 거듭 노 당선자를 예우해 노 당선자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김 대통령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인과 가족들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고선거과정의 노고에 대해 덕담을 건네자 노 당선자는 "대통령님께서 여러가지로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고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박지원 실장이 전했다. 노 당선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에도 김 대통령이 먼저 내릴 것을 권유하자"예법에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백악실로 이동, 오찬 테이블에자리를 잡은 뒤 본격적인 회동에 앞서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거운동 과정의건강관리 등을 주제로 잠시 환담을 나눴다. 김 대통령이 "먼저 축배부터 듭시다"고 제의하자 노 당선자는 "감사합니다"라고화답했고, 두 사람은 포도주를 들고 건배했다. 이어 박 실장이 김 대통령에게 다가가 노 당선자를 수행해 청와대에 온 신계륜당선자 비서실장과 이낙연 대변인을 소개하자 김 대통령은 "이번에 수고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당선자도 앞에 서있던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을 쳐다보면서 "박 수석과는 인사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박 수석과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은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이 얼마나 됐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노 당선자는 "22일"이라고 말한뒤 후보선출 이후 대선승리까지의 우여곡절을 염두에 둔듯 "지난 4월 28일 후보가 됐는데 저는 후보가 빨리되면 좋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해보니 후보기간이 긴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선거에는 여러가지 고려할 것이 많지만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노 당선자는 "저는 대통령님께서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라고물었고 김 대통령은 "저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잘못된 소문이 있어서 더욱 신경을썼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후보는 "나중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했습니다"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어려움을 이겨내시고 잘 마치셨습니다"고 말했으며, 두 사람은 참석자들을 물리친뒤 오찬을 함께 하며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0...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한식과 중식이 혼합된 `퓨전음식'으로 오찬을 함께하면서 1시간 30여분간 대화를 나눈뒤 각각 박선숙 대변인과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에게 회동 내용을 간략하게 구술했다. 박 대변인은 "두 분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북한 핵문제를중심으로 국제관계에 대해 주로 말씀하셨으며, 미.일.중.러.EU(유럽연합) 등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 등의 경험에 대해서도 말씀했다"고 전했다. 정권 인수와 관련해 노 당선자는 "많이 도와주십시요"라면서 협조를 요청했고,이에 김 대통령은 "정권 인계 인수가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연말에 노 당선자를 부부동반으로 다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피력했고, 노 당선자는 이를 수락했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대화에 열중하느라 음식을 제대로 비우지 않은 것으로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주로 김 대통령이 전임자로서 경험이 있으니까 설명을 많이 한 것같다"면서 "노 당선자도 처음부터 `많은 얘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박지원 비서실장을 통해 사전에 그같은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맹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