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유엔 대량살상무기 사찰단의 이라크현지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이집트 관영 일간지 알-아크바르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자 사설에서 "이라크가 유엔사찰단의 이라크 재입국을 무조건 수용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시설을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활동 결과를 기다리지도 않고 군사개입을 위한 영국과 미국의 트집과 협박, 준비가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영)동맹국의 목적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아크바르와 함께 이집트의 양대 유력지인 알-아흐람도 "미국으로선 이라크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결론을 내리는데 있어 유엔의 이라크 사찰 보고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의 전쟁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상태"라고 단언했다. 이집트 정부는 그동안 이라크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를 수용해 전쟁 위기를 막도록 설득해왔으며 미국에 대해선 섣부른 이라크 공격을 자제하도록 촉구해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중동 역내에 강력한 반미.반영 연대가 구축되고 정치적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이집트의 주 외화 소득원인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해외 근로자 송금과 수에즈운하 통과세 등이 급감해 전체적으로 60억-8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