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0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WTO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2천3백여개의 법률을 개정했으며,8백30개의 법률은 아예 폐지했다. WTO 가입 당시 16%였던 평균 관세율도 지금은 12%로 낮아졌다. 그러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모호하게 규정된 수입 관련 법률들을 비롯한 경제의 규율체계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 관료들의 반(反)개혁적 성향은 시장개방의 속도를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관료주의의 병폐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는 지나친 것이었다. 현재 중국 위안화는 외국 통화와의 자유로운 교환이 금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국이 외환을 통제해 금융자유화의 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또 중국 정부는 각종 인·허가권을 이용,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권한을 가진 정부 관료들은 공기업과 연계돼 있으며,이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는 종종 인가를 고의적으로 늦춰 방해를 하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들이 곳곳에서 존재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자국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을 통해 특정 기업에 금융지원을 해주거나 정부조달 사업에서 외국 기업들을 배제하기도 한다. 까다로운 환경 규정을 내세워 차별적으로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입히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보이지 않는 보조금(Invisible subsidies)'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증거물을 남기지 않는 데 있다. 외국 기업들이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WTO 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중국 정부의 부당한 대우를 개선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쟁해결 절차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비용도 많이 들어 당사국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WTO는 중국이 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도구는 될 수 있어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자금 지원을 통해 해당 국가의 경제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달리 WTO는 강제력 있는 권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법은 중국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공정한 법 적용과 법률시스템 구축,금융개혁이 이뤄지지 않고는 중국이 결코 변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중국에서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 투자자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앞으로 몇년간 중국 열풍이 계속될 것은 분명하다. 불황을 겪고 있는 선진국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시장왜곡이 여전하고 관료주의와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이 존재하는 한 대중국 투자에서 커다란 결실을 거두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인내심과 경계심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에 실린 'China's Slow Pace of Chang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