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이제 1주일도 채 안남았다. 대의민주주의란 유권자 대다수가 선거과정에 참여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TV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정책과 비전을 압축적으로 살펴보고,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첫번째 토론회에 이어 열린 두번째 토론이 대다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번 토론회가 후보자들간의 정책대결을 유도함으로써 각당 후보들의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여부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장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답은 한마디로 '아니오'다. 두번의 토론을 분석해 보니 두시간에 걸쳐 세사람이 총 17개 이슈에 대해 토론했고,사회자의 발언시간을 빼면 이슈당 소요시간은 평균 6.4분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토론자의 쟁점별 개별 발언시간은 2분남짓으로 나타났는데,이같은 백화점방식으로 심도 있는 토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TV토론이 정책적 쟁점보다,후보자의 재치나 이미지를 보고 판단하도록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토론회를 주관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선방위)가 단순히 토론자를 선정하는 기준과 토론형식을 제시하는 것 외에 어떤 내용,즉 어떤 이슈로 토론할 것인지도 정했어야 했다. 대통령 후보 토론은 후보자가 특정이슈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정견 발표의 자리가 아니다. 이번 토론회는 후보자간 생산적인 논쟁(debate)을 위해 모인 자리인데도 그런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토론회를 좀 더 압축적이면서도 생산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선방위가 사전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이슈가 가장 국민의 관심을 끄는지를 분야별로 조사해서 망라해야 한다. 이것이 토론에서 다뤄질 예상 쟁점목록이 된다. 둘째 선방위가 이같은 쟁점별로 후보자들의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될 수 있도록 논제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전문가들로 하여금 이슈에 대한 사전분석을 통해 어떤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지를 가려내도록 하고,논쟁 가능한 형태의 논제로 바꾸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선방위가 이러한 이슈별 논제에 대한 각 후보자의 의견을 사전에 물어 서로 의견이 다른 이슈에 한해 토론을 하도록 하여 이슈의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중요한 이슈일지라도 세 후보간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구태여 토론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방식으로 만약 특검제를 다룬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사회자가 막연하게 "…특검제가 검찰의 존립근거를 흔들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대신 "특검제의 상설화에 대해 후보는 찬성했고 후보는 반대했는데,먼저 찬성하는 후보가 그 이유에 대해 말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 뒤 이에 대해 서로가 반론 및 재반론,때로는 재재반론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어 다음 후보에게도 반대하는 이유를 들게 하고 앞서와 똑 같은 순서로 진행함으로써 유권자들이 과연 후보들이 특정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더불어 특정후보의 자질에 대해 판단해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같은 형식상의 변화를 통해 후보자 간 상호작용과 역동성이라는 토론의 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후보자가 볼 수 있는 타이머를 토론회장에 비치,후보들이 남은 시간을 봐가며 자신의 발언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시청자(또 다른 창으로 보여주든지 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시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적인 측면의 고려도 필요하다. 마지막 토론회를 앞서 제시한 절차를 통해 소위 논쟁 가능한,즉 의견을 달리하는 몇개의 쟁점으로 바꾸어 사전에 각 후보들의 의견을 묻고,이것에 입각해서 토론회를 준비한다면 좀 더 생산적인 토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hkho@kh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