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의 전격적인 사임 배경에는 딕 체니 부통령의 결심이 작용한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비슷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두 신문은 부시 행정부내 여러 소식통을 인용, 오닐 장관이 지난 6일 사임 결정에 앞서 불려간 곳은 체니 부통령 집무실로 밝혀졌다면서 그 곳에서 체니 부통령이`최후통첩'을 전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닐 장관이 체니 부통령을 만나고 나서 몹시 화가 난 표정이었고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반면 린지 보좌관의 사표는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카드 실장은 지난 5일 밤 린지 보좌관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견상 경제팀의 사임 계기는 노동부의 11월 6%대 실업률 발표와 맞물렸다.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될 때마다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아온 오닐 장관이 또 하나의나쁜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옷을 벗은 셈이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오닐 장관의 사임과 실업률 발표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한소식통은 "이번 경제팀 교체를 단순히 경기진작을 위한 분위기 환기 시도로 보기는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반 정황을 종합해볼 때 체니 부통령은 적어도 지난달 초부터 경제팀을교체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왜 체니 부통령이 경제팀 개각에 발벗고 나섰을까.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 알코아 회장으로 있다 부시 경제팀에 발탁된 오닐 장관은 체니 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널이 알려져있다. 부시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이유도 바로 체니 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체니 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행정부에 데리고 온 인물을 자신이 거두어간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발휘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현재 백악관은 말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훌륭한 능력과 헌신성으로 지금까지미국 경제를 이끌어준 두 사람에 감사한다"는 말만 남겼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경제팀이 상부의 사퇴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사임했다는 사실 뿐이다"고 답했다.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