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지역주의 성향이 이번 대선에선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충청 핫바지론' `초원복집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감정 논란은 올해6.13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상당부분 자취를 감춘 게 사실이다.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행태에 염증을 느끼면서 시민단체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고, 실제로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그다지 득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는 정치권의 판단이 이같은 현상에 긍정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영남권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이북 출생에 충청 연고를 갖고 있고, 호남권에 기반을 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경남 출신이면서 부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 상대측의 지역감정 의존 선거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국민통합'을 외치면서도 전통적인 지지기반의 결속에 주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는 과거 3김과 같은 `지역 맹주'의 이미지가없는 덕분에 지역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31년만의 양강대결로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이막판 변수로 언제 어떻게 불거질지 모른다고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서 경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일각에선 지역감정을 비판하면서 슬쩍슬쩍 지역감정을 건드리는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호남에 가선 DJ 양자인 척하고 영남에 가선 영남후보론을 내세우는 지역감정 악용자"라며 "요즘은 호남몰표도 모자라 감히 `부산의 아들'이라고 노래부르고 다니고 있다"며 노 후보를 `목포의 데릴사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호남지역에서 노 후보는 90%대로 나오는 반면 이 후보는 3-4%에 불과하다"며 은근히 영남권 결속을 촉구하고 충청권에선 이 후보의 충남 예산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대해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광주 방문때 계란세례 또는 돌세례 자작극으로 지역감정을 일으킬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주장하고 5일 MBC TV 토론에서 한출연자가 `노 후보의 호남 지지가 97%'라고 발언한 데 대해 "기존 여론조사에서 노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가장 높았던 것이 77%이고, 대부분 60%대"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부산.경남지역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역 연고를 강조하면서 `부산의 아들' `살아돌아온 사자새끼' 등의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