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 방미투쟁단은 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사진전을 여는 등 현지인 대상 홍보활동을 벌였다. 범대위는 첫 뉴욕 집회와 미국 인권ㆍ반전단체들과의 연대를 위한 모임에서 현지인들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내옴에 따라 미국 주요 지역별로 상설 한미 연대기구를 설치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방미투쟁단장인 한상열 범대위 공동의장은 유엔본부앞 유엔 처치센터에서 열린기자회견에서 "여중생 사망사건은 수많은 주한미군 범죄 가운데 하나로 이 사건이처리되는 과정에서 정의와 인권이 짓밟혔으며 민족주권과 존엄성이 무시를 당한데대해 한국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직접ㆍ공개사과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개정 등을 요구하기 위해 미국을찾게 됐다면서 현지 언론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투쟁단의 일원인 김종일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만7천여 주한미군이 더는 한국에 주둔하기 어렵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면서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책임있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건현장 사진 등이 부착된 대형 그림판 10여장을 들고 나와 사건개요와 수사ㆍ재판 과정의 문제점, 한국인들의 항의 시위 등을 참석기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범대위의 연대기구인 미국 인권ㆍ반전단체 국제행동센터(IAC) 대표로 참석한 새러 플라운더 공동대표는 "한국의 여중생사건 항의운동과 SOFA 개정운동은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에서 미국 주둔군에 대한 반대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CNN, 폭스뉴스 등 케이블 TV 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유수의언론사들이 참석해 여중생 사건과 이에 따른 한국내 반미감정의 확산에 대한 외국언론의 관심을 반영했다. 방미투쟁단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실과 사전접촉을 통해 공개서한을 직접사무총장실에 전달키로 했으나 그후 유엔 실무자와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한을 직접 건네지는 못했다. 공개서한은 범대위 뉴욕 후원회가 차후에 유엔 사무총장실에 접수키로 했다. 앞서 방미투쟁단은 유엔본부 건물 입구 랠프 번치 공원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방미투쟁단과 IAC, 범대위 뉴욕 후원회 관계자 등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맨해튼시가지 인도를 따라 행진하며 뉴욕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줬다. 맨해튼 중심가타임 스퀘어에 도착한 이들은 이곳에 설치돼 있는 미군 모병소 앞에서 피켓과 사고현장 사진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방미투쟁단은 이어 맨해튼의 IAC 본부에서 현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이참석한 가운데 여중생 문제에 관한 국제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고사건과 관련한 비디오를 방영했다. 포럼에는 미국의 인권 및 반전운동 관련 NGO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중생 사건의 진상에 대한 방미투쟁단의 설명을 듣고비디오, 사진 등의 자료를 본 뒤 "충격을 받았다"거나 "미국인으로서 죄의식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NGO 관계자들은 범대위 지원방안 마련에 참고하겠다면서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즉석에서 지원성금이 모금되기도 했다.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은 포럼이 끝난 뒤 현재 미국 주요 지역별로 구성돼 있는재미동포 중심의 후원회를 미국내 인권 및 반전운동단체까지 포함하는 대책위원회로확대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미투쟁단은 4일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앞에서 시위 등 활동을 벌인 뒤 8일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