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만큼 기업인들에게 인기있는 연사도 드물다. 그가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리더십이나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주제로 강연해 달라는 기업의 요청이 쇄도했다. 보통 2시간 강연에 10만달러(1억2천여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경영진이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사 후보로 지휘자나 음악가들을 더 찾고 있다. 보스턴 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벤저민 잰더는 연주지휘 못지않게 경영진들을 교육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달 초엔 뉴잉글랜드 지역의 법무법인들이 보낸 1백40명의 마케팅 담당 이사들에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잰더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 정도 이같은 강연 요청을 받는다. 잰더는 인생경영을 주제로 한 '가능성의 예술'이란 책을 발간, 유명세를 탔지만 다른 지휘자나 음악가들도 재계로부터 전례 없이 많은 강연 요청을 받고 있다. 재즈 연주자인 마이클 골드는 지난 달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IBM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고의 유연성을 높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해 강연했다. 주요 행사의 여흥을 돋우는 보조수단 정도로 인식돼 왔던 음악이 경영진들에게 직원이나 조직관리기법을 가르치는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휘자들이 많은 연주자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경영진들이 배우도록 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직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직장을 즐거운 곳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음악가나 지휘자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들이 강한 팀웍을 만들기 위해서는 완성된 음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연상하는게 좋습니다." 교육 및 개발에 관한 잡지를 내고 있는 하이디 앨러턴 편집인은 지휘자나 음악가들이 경영진 교육 연사로 각광받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시장 규모가 연간 10억달러(1조2천여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앞으로 지휘자와 음악가들에게 상당 부분의 강연료가 돌아갈 모양이다. 한국 기업들도 눈여겨 볼 만한 변화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