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지에서 크게 성공한 것이 LG전자의 진출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유럽시장에 첫 선을 보인 LG전자 휴대폰이 단기간에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데 대한 LG측의 '해석'이다. 문덕현 LG전자 프랑스 법인장은 "삼성 애니콜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이같은 인식의 변화 탓인지 LG 휴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대단히 호의적"이라고 말했다. PDP(벽걸이) TV의 경우는 휴대폰과는 정반대의 케이스. LG전자가 일본업체를 제치고 시장을 리드해 나가면서 삼성을 앞에서 끌어주고 있다. 또 서구형 가전제품인 양문형 냉장고는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1위업체인 삼성전자의 뒤를 LG전자가 바짝 뒤쫓아 가고 있다. 두 회사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모니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사실 두 회사는 국내 최고의 라이벌답게 해외에서도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시간으로 상대방 회사의 제품가격을 모니터링하고 판촉전략도 수시로 감시하고 있다. 한 쪽이 할인 이벤트 행사를 열면 즉각 '물타기'에 나서면서 이에 맞서기도 한다. 결코 상대방에게는 질 수 없다는 의지가 충만한 점은 국내에 못지 않다. "가격과 판촉전략,애프터서비스 현황까지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회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습니다."(삼성전자 프랑스법인 관계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역설적으로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win-win)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프랑스 법인은 올해 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소니 파나소닉 등 가전왕국 일본업체들을 따라잡는 성과도 내고 있다. "단일기업으로 유수의 세계기업들과 상대하기가 벅차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서로 최악의 경쟁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인지도 모르죠." 파리=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