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마각을 드러내는 증시 작전세력의 범죄내용을 살펴보면 그 수법이 점점 원초적이고 단순해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엔 주가 조작이나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불공정매매 등이 작전의 주된 유형이었다면 요즘은 증자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미는 가장납입이나 자금횡령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른바 증시작전꾼들은 사채업자나 사모펀드 등과 결탁한 다음 '먹이감'을 발견하면 접근해서 경영권매수나 실권주인수 제안 등을 미끼로 내건다. 돈이 급한 상장사가 '덫'에 걸리면 사냥꾼은 사채업자나 사모펀드로부터 잠시 돈을 빌려 대금을 대준다. 하지만 대금납입 즉시 그 돈을 빼낸다. 사채업자나 사모펀드에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대금납입 사실만 알리고 대금을 되찾아간 점은 숨긴다. 실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진짜 작전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작전세력은 사업다각화, 신규 투자, 타기업 출자 등 일을 벌인다.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경영진이 바뀌고 나니 회사가 달라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드디어 주가는 오르고 분위기도 좋아진다. 이 틈을 탄 세력은 기업의 은행통장과 인감으로 거액을 빼내 도주해버린다. 작전세력이 이처럼 대담해지는 것은 이 방법이 감시망을 빠져나가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주가조작이나 내부자정보는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이 지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납입과 횡령은 감독당국의 '사각지대'다. 검찰도 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한 파악하기 쉽지 않다. 원초적 범죄를 막기 위해선 상장사 임직원과 소액주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회사돈이 정당하게 사용되는지는 임직원이 감시하고 소액주주들도 기업인수자의 경영행위를 지켜봐야 한다. 결국 증시 건전발전의 최종책임은 시장참여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27일 검찰이 발표한 1조8천억원대 가장납입사건이 이같은 교훈을 시장에 던져 주고 있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