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를 보면 유행 직업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남녀의 영역이 무너지면서 남자 요리사(온달왕자들)와 미용사(루키)가 나왔고,코스닥붐이 한창일 땐 펀드매니저(불꽃)가 등장했다. 최근엔 건축사(사랑은 이런거야) 한의사(여자는 왜) 웨딩컨설턴트(쿨) 수의사(내사랑 누굴까) 게임개발자(삼총사)도 나타났다. 여성직업도 리모델링컨설턴트(그 여자네 집) 네이미스트(우리가 남인가요) 이미지컨설턴트(고독)까지 다양하다. 직업은 이처럼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다. 50∼60년대에 흔하던 물장수와 얼음장수, 전차운전사는 물론 70년대까지 많던 버스안내원은 어느 틈에 사라졌다. 대신 80년대엔 백댄서 연예인 광고기획자 카피라이터 운동선수 등이 인기직업으로 떠올랐고,90년대부터는 컴퓨터와 정보통신 전문가, 프로그래머, 생명공학 종사자 등이 각광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미래의 유망 직종은 생물정보 전문가,무선 엔지니어,스피치 병리학자,데이터 분석사,홈케어 간호사,인공지능(AI) 프로그래머,모험(어드벤처)여행 가이드,연료전지 엔지니어 등이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이 조사한 결과 앞으로 5년간 국내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날 직업으로 동물미용사가 꼽혔다고 한다. 월평균 2백만원 이상 직업으론 변호사가 여전히 좋지만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론 동물미용사와 텔레마케터가 1ㆍ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동물미용사의 경우 국내 애견시장 규모가 연 1조원에서 계속 성장 중이고 텔레마케터 또한 가전사와 백화점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전신애 미국 노동부 여성국장(59)은 최근 워싱턴의 한글통합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직종과 직업의 생성·소멸 속도가 빨라져 "5세 어린이가 어른이 됐을 땐 전체직업의 90%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기본기를 잘 키워주고, 감성·인성 교육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에 귀천은 없어도 생명은 있다'고 하거니와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야 할 때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